21대 대통령 선거가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대선 출마 선언 등 정치 이슈가 연일 증시를 흔들며, 투자자들은 정치테마주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 기대감에만 매몰된 투기성 매매가 반복되면서 이젠 '진짜'를 선별해야 할 시점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테마주 '롤러코스터 주의보' 상지건설 10연상 후 급락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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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내 증시에 큰 폭의 변동성을 불러왔다. 실제로 파면 직후 정치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쏟아지며 코스피 지수는 2430선까지 밀렸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장기적 신뢰 회복 기대감에 5월 들어서는 2600선까지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테마주는 대선 후보들의 출마 여부, 정책 공약, 공식 일정 하나에 따라 극단적인 등락을 반복했다. 불출마 선언이 나온 후보 관련주는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고, 반대로 출마 선언과 정책 발표, 현장 방문 소식이 전해진 후보 관련주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종목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1,000% 이상 급등 등 비정상적 흐름을 연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 상지건설은 지난달 2일부터 17일까지 무려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주가는 10배 넘게 치솟았으며, 이후 단기간에 34% 이상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상지건설은 테마주로 묶인 영향 외에는 실적이나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았음에도 정치적 이슈와 풍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전형적인 정치테마주 현상을 보여줬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치테마주는 펀더멘털 개선과 무관한 투기성 거래가 주도한다"라며 "투기성 자금 수요에 의해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기에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정치테마주 변동성에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 총력

출처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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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 상황 급변으로 정치테마주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에 나섰다. 불공정거래를 조기에 포착해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투자자 피해를 예방한다는 목표다.

이달 초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가동 중인 정치테마주 불공정거래 특별단속반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집중 제보기간을 운영해, 불공정거래 혐의 적발 시 엄정 조치와 함께 최대 30억 원의 포상금도 지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정치테마주 투자 위험성을 인지하고, 불공정거래 혐의가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정치테마주는 주로 자산 규모가 영세한 중소형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테마주 6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자산총액은 코스피·코스닥 시장 평균의 각각 12.8%, 49.7%에 불과하며,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이다. 평균 영업이익률 또한 1% 수준으로 시장 평균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3으로, 시장 평균 대비 2배 이상 고평가돼 있다.

이처럼 취약한 재무구조에도 정치 이슈나 특정 인물과의 연관성, 풍문, SNS상의 허위 정보 등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22일까지 정치테마주 지수의 일별 주가등락률은 최저 (–)6.5%에서 최고 18.1%까지 기록했으며, 일간 변동성(표준편차)은 3.3%로 시장 평균의 3배에 달한다. 또한 이달 9일 기준 정치테마주 60종목 중 72%는 고점 대비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고, 일부 종목은 테마 소멸과 함께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치테마주는 주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극심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실적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으니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진짜'를 찾아야 할 때... AI·방산·에너지 등 미래 산업 주목

정치테마주 열기가 한풀 꺾이고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제 증시의 관심도 단순한 기대감에서 실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과 종목을 찾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세운 핵심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미래 유망 산업과 알짜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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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이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AI와 방산 등 신성장 산업 육성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확보 △서민경제의 회복 △지역 균형발전과 규제 혁신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SK증권은 "정당별로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끌 산업 발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특히 AI·방산·콘텐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모든 정당의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각 후보는 100조 원 규모의 공격적 투자를 통해 AI 관련 기술과 인프라 확보를 약속하고 있으며, GPU, NPU, HBM 등 차세대 AI 인프라를 주도할 국가 원천 기술 확보, AI 스타트업 발굴, 우수 인력 지원 확대 등도 주요 정책으로 제시됐다. 방산 분야 역시 국가적 지원과 컨트롤타워 설립, 국방 AI 등 R&D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AI 산업 확장에 필수적인 에너지 인프라 구축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정당 간 이견이 없으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인프라 확충이 공약에 포함됐다.

서민경제 회복과 지역 균형발전도 주요 공통 공약이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청년, 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성장 지원, 지역 소비 촉진을 위한 상품권 발행 확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책 등이 제시됐다. 또한 행정수도 이전, 초광역권 메가시티 조성, GTX 등 교통 인프라 개선, 관광상품 개발 등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물리적 지원과 신기술·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도 강조됐다.

이 같은 정책 기조 속에서 SK증권은 대선 이후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AI·방산·에너지·핀테크·로봇 등 신성장 산업과 관련된 중소형주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솔트룩스, 루닛, 지엔씨에너지, 경동나비엔, 지누스, 엠아이텍,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일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정치 테마 이외에 차기 정부의 방향과 거시적 환경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투자 전략 수립을 고려해볼 시점"이라며 "정책 테마주에 대한 단기 기대감보다, 각 정당의 핵심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미래 성장 산업과 실질적 수혜 종목을 선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