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성장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토큰증권 산업 규모는 4~5조 달러(약 5,300~6,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주요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토큰증권 발행(STO)을 위한 법제화 등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은 관련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업계는 STO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STO 플랫폼 개발, 증권사 간 공동 협업, 조각 투자사와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STO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Token,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즉,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가치를 디지털 토큰과 연계한 가상자산이며, 실제 주주처럼 자산에 대한 지분 권리가 인정된다.

토큰증권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산의 지분을 세분화하여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는 단체는 유동성을 더욱 쉽게 확보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적은 금액으로도 다양한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 전자증권과 같이 금융회사가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증권뿐만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음원 등 비정형적인 증권 발행에도 유리하다.

지난 2월 발표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을 실물증권, 전자증권에 이은 새로운 발행 형태의 증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토큰증권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공시, 인허가 제도, 불공정 거래 등 모든 증권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토큰증권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고 한다.

[국내 STO 시장] '한국형 STO 시대' 열리나... 2030년 367조 원 전망

국내 STO 시장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HTX벤처스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 거래량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386% 증가했으며, 지난해 5월 기준 거래된 보안 토큰의 전체 시가총액은 190억 달러(약 25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1년 만에 2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HTX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에드워드 첸은 국내 STO 시장 전망에 대해 "2030년에는 국내 STO 시장 규모가 367조 원(2,8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증권가도 국내 STO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산업 개화와 함께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안전자산이자 실물자산인 금이 5년 동안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투자 환경에서 토큰증권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토큰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실물자산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이션 환경에 대응 가능한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기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미국의 제재로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생겨나면서 규제 없이 통용될 수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정부, 디지털 금융 혁신의 핵심 '한국형 STO 시대' 준비 중

STO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디지털 금융 혁신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STO 제도의 기틀 마련에 힘쓰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분산원장 기술과 STO 수요를 제도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국내에서 STO는 규제 샌드박스(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의 적용을 받는 일부 부동산 조각투자사(카사, 비브릭, 펀블, 소유 등)가 제공하는 투자 상품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뮤직카우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STO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조각 투자에 대한 증권성 판단과 규제 설정, 제도권 편입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STO를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2월에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통해 STO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갈무리 (출처 = 금융위원회)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갈무리 (출처 = 금융위원회)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위는 토큰증권에 대한 정의와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 여부 판단 원칙, 적용례 등을 제시했으며, STO 관련 제도개선을 예고했다. 주요 개선 방안은 △토큰증권 수용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 유통제도 적용 △장외거래중개 인가 신설 △소액투자자 매출 공시 면제 △디지털증권시장 신설 등이다.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갈무리 (출처 = 금융위원회)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갈무리 (출처 = 금융위원회)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법안(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2024년 '한국형 STO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투자업계 라운드테이블에서 "우리 주식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 신종증권 및 STO 관련 제도개선 방안, 공정거래 기반 강화를 위한 전환사채·자사주 제도개선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치열해지는 STO 시장 선점 경쟁... 국내 증권업계 '공동 협업'으로 대응

국내 STO 제도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는 '공동 협업'을 통해 STO 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줄이고, 필요 없는 경쟁을 피하면서 토큰증권 사업에 더욱 집중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출처 = 신한투자증권)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출처 = 신한투자증권)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을 구성해 STO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들은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을 주요 목표로 하며, 분산원장 검증, 토큰증권 정책 공동 대응 및 업계 표준 정립 등을 통해 STO 사업모델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컨소시엄 측은 "세 증권사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어 한국 금융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과 SK증권은 우리은행과 협력하여 토큰증권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토큰증권 제도화 대응 및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토큰증권 Biz모델 공동 발굴과 제도 준수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과 분산원장 공동 검증 △투자자 보호방안 수립 등 상호협력 협의체인 '파이낸스 3.0 파트너스'(F3P) 구성에 합의했다.

우리은행 측은 "증권사와의 협력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안정성 및 신뢰성을 보장하는 표준 플랫폼 공동 구축 등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사업 준비 및 추진을 위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 NFI)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과 토큰증권 대상인 기초자산의 공동 발굴 및 연계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안인성 디지털부문 대표는 "NFI 결성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금융 전문성과 SK텔레콤의 Web3 기술력과 서비스 운영 경험을 결합해 토큰증권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토큰증권 건전성 확보와 생태계 활성화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하나금융그룹도 NFI에 참여함으로써 미래에셋증권 및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생태계 조성과 양질의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조달, 인프라 구축에 협업하기로 했다.

#STO사업

STO 사업이란 부동산과 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사업을 말한다.

현재 STO 사업은 기존의 부동산과 예술품 조각 투자뿐만 아니라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의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의 STO 사업] KB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

◆KB증권

KB증권은 유관 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전담반(TF)을 통해 STO 시스템 개발·검증을 완료했다. 토큰증권 협력체인 'ST 오너스'도 구성해 토큰증권 사업에서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다양한 조각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 사업을 위해 STO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블록체인 기업 '람다256'과 토큰증권 플랫폼 사업을 위한 기능 검증(PoC)을 시작했으며, 50여 개의 기업과 함께 STO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이와 더불어 실물자산 소유권 조각 투자 플랫폼 운영사 '피스'와 STO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STO 기획, 개발, 운영, 발행, 유통 등 전반적인 업무를 협업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합작으로 추진한 'STO 플랫폼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블록체인 기반의 금전채권 수익증권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연초 조각 투자사, 기초자산평가업체 등이 포함된 토큰증권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구성했으며, 지난 8월에는 토큰증권 핵심 사업모델인 '투자계약증권 All-in-One 서비스' 출시를 통해 발행사들의 증권 발행부터 청산 단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증권

하나증권은 토큰증권의 발행, 유통, 조달, 인프라 구축 등을 포괄하는 토큰증권 종합 서비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자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인 '원큐프로' 및 '원큐스탁'과 연계한 토큰증권 종합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증권은 토큰증권 컨소시엄 'NFI'에 참여했으며, 지난달 SK C&C와 토큰증권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또한 피나클, 오아시스비즈니스, 프린트베이커리 등 주요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부동산과 예술품, 금·은, 모바일 콘텐츠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조각투자 플랫폼과 증권형 토큰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일루넥스와 특허 기반의 STO 사업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체 기술 역량으로 토큰증권 플랫폼에 대한 기능 검증을 완료했으며, 관련 블록체인 지갑과 증권계좌 연계 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토큰증권이 새로운 방식의 자금 조달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업체와 적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증권

업계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 위한 토큰증권 계좌관리시스템을 구축한 SK증권은 다양한 조각투자사와 제휴를 맺고 STO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기술·콘텐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 중이며, 디지털자산 수탁회사인 '인피닛블록'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 및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문기업인 '차지인'과, 11월에는 SNS 기반 주식거래 플랫폼 운영사 '소셜인베스팅랩'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이번 달에는 미술품 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 운영사 '투게더아트'와 손잡고 토큰증권 사업 활성화와 거래에 필요한 서비스·계좌 관리 업무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시장 선점을 위해 토큰증권 컨소시엄인 'NFI'와 실무 협의체 'ST워킹그룹' 등 두가지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NFI에는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ST워킹그룹에는 폴리콘랩스(기술 컨설턴트), 링거스튜디오, 코인플러그 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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