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와 토큰 경제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세계 주요국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CBDC의 개발과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CBDC 발행의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법적·제도적 이슈들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CBDC 도입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등 주요 책무와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책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CBDC 활용 청사진을 공개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미래 통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당국과 CBDC 활용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전 세계적인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 금융 시스템을 현대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 중심에는 CBDC가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화폐와는 달리 법정화폐의 특성을 지닌다.
또한 CBDC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저장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법정화폐로서 그 가치가 보장되고,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구별된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CBDC 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CBDC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그중 중국은 디지털 위안(DCEP)을 도입해 CBDC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순왕-진안일보에 따르면 중국 동부 산둥성의 진안시는 올해 7월 모든 버스 노선에 CBDC 결제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도 유로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은행 총재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EU는 첫 번째 유형의 토큰화된 CBDC 발행을 포함해 중앙은행 자금 결제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라며 "적격성 기준과 관심 요청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발표될 것이며, 내년부터 실제 거래에 대한 시험을 포함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CBDC 도입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자산 거래 및 토큰 경제의 출현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혁신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실체 없는 자산 거래의 무분별한 확산과 규제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당국과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4일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은행 간 자금이체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관용(wholesale) CBDC 및 민간 디지털화폐의 발행·유통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미래 디지털 통화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검증하는 실험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는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참여 금융기관들이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인 토큰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SI)과 협력해 예금 토큰, 이머니 토큰 등 다양한 지급수단을 포함하는 새로운 설계모델(CBDC 네트워크)을 제시하고, 내년 4분기부터는 일반 국민도 새로운 디지털 지급수단(시중은행의 예금토큰 등)의 유용성을 체험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 등을 통한 지급결제 생태계는 토큰증권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원활하고 안전한 거래를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이번 테스트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활용성 테스트를 토대로 향후 토큰화된 지급수단이 점진적으로 확대·도입될 경우 다양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제시한 주요 이점은 △자산 소유권 변경과 대금 지급 간의 시차로 인한 결제리스크 감소 △스마트 계약 등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오류 및 부정 대금 수취 위험 차단 △현재 발행자 및 가치유지와 관련된 리스크가 있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율 방향 기준 제시 등이다.
◆한국은행의 CBDC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CBDC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기술적 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개발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CBDC 발행의 기술적 토대 확립을 위해 모의실험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는 금융기관과 함께 CBDC 모의시스템 연계 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금융기관 연계 실험 결과를 공개했으며, 삼성전자와 오프라인 CBDC 기술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관용 CBDC 효율성 검증 '성공'

한국은행이 CBDC 활용 청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3개 중앙은행과 협력해 기관용 CBDC 효율성 검증에 성공했다.
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BIS는 프랑스, 싱가포르, 스위스 중앙은행 등과 함께 CBDC를 통한 국가 간 거래와 결제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마리아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BIS는 탈중앙화 금융(DeFi) 기술을 활용해 가상 유로, 싱가포르 달러, 스위스 프랑 등 기관용 CBDC 통화를 국경 간 거래에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BIS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마리아나 프로젝트는 단지 실험적인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경고하면서 "관련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실제로 CBDC를 발행하거나 DeF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에마누엘레 아수안 프랑스은행 금융안정 및 운영 담당 사무총장은 "마리아나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실험이었다"라면서 "우리는 각 관할권의 CBDC가 발행되는 지역 플랫폼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다중 CBDC를 교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는 미래에 국경 간 결제 기능의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