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위기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탄소중립 전환의 핵심 축인 기후테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후테크 산업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에 머물러 혁신 기업 성장에 제약을 가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왔다.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스타트업 중심의 '기후테크 혁신 스타트업 레벨업 전략'을 내세우며, APEC 연계행사인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을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도약에 나섰다.
정부, 기후테크 대기업 편중 벗고 스타트업 생태계 키운다

기후테크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민간 자본과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에 걸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 일부 분야에 한정된 기술 경쟁력만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기후테크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3위 수준으로 양적 성과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후속 파급력, 창의성, 기술의 범용성 등 질적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뚜렷하게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전체 특허의 3분의 2 이상이 전기차,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ICT 등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은 대기업 주도로 개발된 기술이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화학, 정유, 철강 등 이른바 고탄소 배출 산업군에서는 특허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기후테크 전환이 시급한 산업일수록 오히려 기술 혁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의 배경으로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 기조와 중소·신생기업의 열악한 자금 조달 여건을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기후테크 혁신 스타트업 레벨업 전략'을 발표하고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전반의 기후테크 생태계 기반 확대에 나섰다.
핵심 전략은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닌 분야를 살려 '공정 혁신'과 '자원 순환' 기술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 검증 단계에서부터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AI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촉진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SK이노베이션·포스코 등 기후테크 분야에 적극적인 대기업과 공동 사업화를 추진해 스타트업의 기술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K-테스트베드'와 연계해 우수 성과를 낸 기업이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줄 방침이다.
이밖에도 중기부는 기후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우선 기후테크 분야 전문성을 갖춘 특화형 팁스(TIPS) 운영사를 지정·활용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발굴된 스타트업이 딥테크 과제를 수행할 경우 '초격차 1000+ 프로젝트'와 연계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벤처캐피털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20여 곳이 참여하는 '초격차 VC 멤버십'을 통해 정기적인 네트워킹과 투자 연계를 확대해 민간 자본이 스타트업 성장으로 직접 이어지도록 한다.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 APEC 연계 기후테크 네트워크의 장 마련

중기부는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의 공식 연계행사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처스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한성숙 중기부 장관, 이학영 국회부의장,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자, 정책 전문가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기후 인공지능(AI) 전문 행사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AI 기술의 재정립'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고, 기후위기 동향·자본 흐름·정책 기반·생성형 AI 시대의 기술 생태계를 주제로 한 패널토크가 이어졌다.
이어 국내외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피칭하고, 투자기관·대기업·정책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글로벌 투자 트렌드와 정책 협력 사례가 공유됐으며, 각국의 기후 대응 전략과 연계한 기술 상용화 가능성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APEC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기후기술과 AI는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이번 서밋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서밋을 계기로 APEC 회원국 간 공동 연구와 투자, 인재 교류가 촉진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며 "정부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