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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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층에서 당뇨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의 만성질환으로 인식되던 당뇨병이 이제는 청년층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24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청년인구(19세~39세)의 2.2%(약 30만 명)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당뇨병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무채혈 혈당측정기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기존의 관리 방식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환자들이 일상에서도 혈당 관리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혈당 관리의 혁신 '침습형'에서 '비침습형'으로... 상용화 가능성은 미지수 

▲기존 침습형 혈당 측정 시 필요한 것들 (출처 = 엠비트로)
▲기존 침습형 혈당 측정 시 필요한 것들 (출처 = 엠비트로)

혈당 관리 과정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하루에 4~5회 정도 혈당 수치를 체크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섭취 음식과 일상생활이 혈당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입이 필수적인데, 현재 사용되는 혈당 측정방식인 '침습형'은 혈흔과 먼지로 인한 오염 가능성과 채혈의 고통, 주기적인 센서 교체 필요성 등으로 사용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침습형 혈당 측정방식' 바늘로 채혈하거나 미세바늘 센서를 부착해 혈당 수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식을 말한다.

▲삼성 갤럭시 링 (출처 = 삼성)
▲삼성 갤럭시 링 (출처 = 삼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 업계는 '비침습형 혈당 측정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비침습형 혈당 측정방식은 광학 센서, 전기화학적 센서, 기타 비침습적인 기술을 활용해 피부를 뚫거나 채혈하지 않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과 애플이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혈당 측정 및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용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FDA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비침습 혈당 측정방식의 정확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허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규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비침습형 혈당 측정 기능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레이저 이용한 무채혈 혈당측정기, 채혈기 시장 게임체인저로 부상

비침습형 혈당 측정 기능을 탑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상용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레이저를 이용한 무채혈 혈당측정기(레이저 혈당측정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기기가 채혈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이저 혈당측정기'는 전통적인 바늘 채혈 방식의 통증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고도로 집중된 레이저 빔을 사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다. 현재 국내 병원에 도입돼 당뇨 채혈뿐만 아니라 혈액 검사, 빈혈 측정, 코로나19 항체 진단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관련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엠비트로, 라메디텍 등이 있다.

◆엠비트로

▲ 엠비트로의 무통 채혈 의료기기 오티브 (출처 = 엠비트로)
▲오티브 (출처 = 엠비트로)

엠비트로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무채혈 혈당측정기 오티브(ORTI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엠비트로는 2017년 레이저 공학자인 이영우 박사가 설립한 회사다.

'오티브'는 바늘 대신 미세 레이저로 채혈해 피부의 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하고, 순간적인 고온의 레이저를 사용해 세균 감염 우려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또 일회용 바늘을 사용하는 타 혈당 측정기와 달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으며, 100밀리주울(mJ)의 레이저 출력을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

최근 엠비트로는 오티브에 대해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상반기 국내시장에 먼저 선보인 후, 하반기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우 엠비트로 대표는 "채혈 시 통증을 줄이기 위한 기술 실증이 어려워 여기까지 오는 데 7년이 소요됐다"라며 "당뇨 환자들의 채혈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어 채혈 통증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오티브를 통해 목표에 도달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회사는 현재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무통 레이저 채혈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최대 헌혈 기관 중 하나인 바이탈란트(Vitalant)와는 무통 레이저 기반의 헤모글로빈 측정기를, 세계적 진단 효소 제조사인 일본 도요보(TOYOBO)사와는 각종 질병 진단을 위한 무통 레이저 채혈기를 개발하고 있다.

◆라메디텍

▲(왼쪽부터)  라메디텍 레이저 채혈기 핸디레이 프로, 핸디레이 라이트 (출처 = 라메디텍)
▲(왼쪽부터)  라메디텍 레이저 채혈기 핸디레이 프로, 핸디레이 라이트 (출처 = 라메디텍)

2012년 설립된 피부미용·의료기기 전문기업 라메디텍은 초소형 레이저 기술을 통해 레이저 채혈기를 개발하고 있다. 설립자인 최종석 대표는 기계공학도 출신으로서 치과 및 피부과용 레이저 장비 등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라메디텍을 설립하고, 초소형 고출력 레이저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라메디텍은 레이저 발진기, 레이저 Rod, 디바이스 설계 및 제조 기술을 핵심 기술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바늘 없이 레이저를 이용해 말초혈액을 채혈하는 레이저 채혈기 핸디레이 시리즈(라이트, 프로)를 개발했다. 

현재 회사는 미국 의료기기·의약품 전문 유통기업 A2A 로지스틱스, 종합 의료서비스 제공 기관 카이저 퍼머넌트와 협력해 핸디레이 시리즈의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바늘 없이 레이저를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DDS)의 임상을 완료하고 미용 및 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도 계획 중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에서 기존 핸디레이 시리즈에 혈당 관리 기능을 추가한 채혈 복합기 핸디레이 글루를 선보이며 혁신상을 수상하고, 미국 FDA 및 유럽 CE로부터 글로벌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