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0년 세계 100위권 창업도시 4곳 창출을 목표로 하는 창업도시 육성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역 차업 생태계 핵심 기관인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창업 양극화를 해소하고 이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혁신센터 1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지역을 대표하는 벤처 빌더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더 깊게'(Deeper), '더 폭넓게'(Broader), '더 가깝게'(Closer)라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중기부 장관과 삼성·현대차·SK·LG 등 15개 대기업 임원, 17개 시·도 및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임직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지역 스타트업의 중심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창업 전담기관인 혁신센터는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됐다. 민간 자율형 센터(포항, 빛가람)를 포함해 총 19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혁신센터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로 등록돼 있다.
설립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5천여 개사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56개 스타트업의 IPO 또는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는 혁신센터가 육성한 스타트업 87개 사가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에 혁신센터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창업 지원기관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혁신센터는 2017년, 2018년, 2022년, 2023년 총 4차례 창업자가 꼽은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공공기관으로 선정됐다.
'스타트업 트렌트 리포트'는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창업자·스타트업재직자·대기업재직자·취업준비생)를 대상으로 비영리 민관 협력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다.
◆혁신센터의 한계
이처럼 혁신센터는 10년간 뚜렷한 성과를 거뒀지만, 혁신센터의 인지도와 위상이 강화되면서 민간 벤처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를 구축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혁신센터가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기관인 만큼 정부 출자 시 민간 투자자들과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 지원기관들과의 역할 중복, 혁신센터 간 성과 경쟁 등으로 인한 시너지 미흡, 혁신센터 업무부담 증가, 인적·물적자원 부족, 법적근거 미흡, 센터별 핵심역량 차이 존재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발전 로드맵 : 더 깊게, 더 폭넓게, 더 가깝게

◆ 더 깊게(Deeper) : 스케일업·공공투자 기능을 강화
우선 중기부는 비수도권 센터를 중심으로 성장단계별 창업사업화 프로그램인 예비·초기·도약 창업 패키지 사업을 신설해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지역 스타트업 풀(Pool)의 성장단계를 고려해 혁신센터가 패키지 비중을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지역 현장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예비·초기 창업자에게는 최대 1억 원, 업력 3년 초과 7년 이내 창업기업에는 최대 3억 원을 지원하며, 단계별 우수성과 기업에는 후속지원도 연계될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글로벌 전략 허브'도 현재 1개(경기)에서 내년 2~3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센터별 강점 등을 고려해 권역·업종별로 글로벌 허브를 지정하고, 기업수요에 맞춘 투자유치, 시장검증, 판로개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글로벌 기업·해외 벤처캐피탈(VC)과 공동투자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 투자 집중을 통해 지역의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혁신센터의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SAFE는 초기 투자 이후 후속 투자 시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지분율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빠르고 간편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 더 폭넓게(Broader) : 개방형혁신 허브로 외연 확대
중기부는 수도권 혁신센터가 보유한 대·중견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단위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 수도권 기업과 지역 혁신센터를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허브 센터'(O.I 센터)를 지정할 계획이다. O.I 센터는 파트너 대기업과의 밋업 데이, 공동 프로젝트 등의 행사를 주관하며, 프로그램 조율과 협업 주체 간의 소통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올해 8월에 신설한 딥테크 특화 밸류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대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간의 협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경우, 모태펀드가 대기업 투자금액에 1대 1로 매칭 투자(20억 원 한도)하는 '밸류업 전용 펀드'도 설립한다.
더 나아가 향후 혁신센터 인프라 확충 시 파트너 대기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혁신센터 내에서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간의 유연한 협업도 촉진할 계획이다.
◆ 더 가깝게(Closer) : 지역 창업 네트워크 주도

중기부는 국내 창업 생태계가 서울 중심으로 형성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산업 분야를 지역 산업과 연계 지원하기로 했다. 전통 주력 산업에 국한된 지역 창업에서 벗어나 신성장 기술 기반의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평가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에 있으나 창업 생태계가 서울 중심으로 형성돼 도시 간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21위, 부산·대전·인천은 300~400위권으로 100위권 안에는 서울 한 곳 밖에 없다.

특히 중기부는 지자체-대기업-정부(지방중기청)가 공동 지원하는 '지역창업 특화 프로그램'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시범운영을 통해 2027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협력해 지역 맞춤형 창업정책을 기획·제안하고, 지역별 창업 생태계 분석을 실시해 지역 창업 활성화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 법적 근거 마련
이외에도 정부는 기존 혁신센터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혁신센터의 3대 핵심 기능(창업, 투자, 개방형 혁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대폭 조정하고,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개정을 통해 명확한 운영 기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0년 동안 척박한 지역 창업 생태계를 파트너 대기업,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함께 한 단계 끌어올렸다"라며 "다만 양극화된 지역 창업 생태계 환경 극복을 위해 혁신센터가 지역의 대표 벤처 빌더로서 스타트업에게 가장 친밀하고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