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 변압기 제조 전문기업 산일전기가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을 마치고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산일전기의 일반 공모청약 결과 423.09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거금은 약 16조 8,813억 원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 삼성증권이 인수회사 나선 이번 공모는 신주모집 650만 주(공모주식의 85.53%), 구주매출 110만 주(공모주식의 14.47%) 등 총 760만 주로 구성됐다.
앞서 산일전기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2,205곳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413.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가격을 제시한 참여기관 모두가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24,000~30,000원) 상단을 초과하는 35,000원으로 확정했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총 수량 대비 42.37%로 나타났다. 이는 HD현대마린솔루션(45.78%)보다는 낮고, 시프트업(32.9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산일전기, 미국향 수출 비중 80% 상회...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촉각
산일전기는 지난해 매출의 83.2%를 수출에서 달성하는 등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업이다. 특히 미국향 수출 비중이 84%에 달하는 만큼, 향후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회사 실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과거 국내 변압기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받은 바 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율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이후 2018년에는 관련 변압기 제조사 모두 60%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았으며, 미국 내에서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산일전기 측은 주요 사업 리스크 중 하나로 관세 관련 위험을 명시, 미국의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반덤핑관세 기조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었고, 미국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산일전기 제품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어느 국가에서도 반덤핑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 상계관세 등이 부과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거나 반덤핑관세율이 상승할 경우, 회사의 미국향 매출 및 수주 감소로 이어져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5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반덤핑관세
반덤핑관세는 수입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덤핑상품에 대해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수출국 기업이 수입국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정상적인 가격보다 부당하게 낮추어 판매(덤핑)해 수입국의 국내 산업에 피해를 입힐 경우 그 차액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국내 업계의 제소에 따라 상무부가 덤핑 여부를 조사하고,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국내 산업 피해를 판단한 뒤 최종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이 반덤핑관세 제도를 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개발도상국의 수입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산일전기 사업 분석

산일전기는 1987년 리액터 제조로 시작해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변압기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해 왔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송배전 전력망,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철도 및 석유화학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특수 변압기를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변압기 제품은 크게 절연유를 사용하는 '유압변압기'와 공기를 이용하는 '건식변압기'로 구분된다. 유압변압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용 인버터 필수부품인 전력변압기를 비롯해 지상변압기, 주상변압기 등이 포함되며, 건식변압기에는 선박 및 해양 플랜트용 배전변압기, 풍력발전 산업용 몰드변압기 등이 포함된다.
주요 거래처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전력망 인프라 사업자와 글로벌 인버터 제조사,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국내외 종합 건설사(EPC 업체), 에너지 관련 민간 및 공공기관 등이 있다.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시바&미츠비시(TMEIC)와는 각각 13년, 24년 이상 거래를 지속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변압기 매출이 총매출액의 8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방 시장별 매출 비중은 신재생에너지 67.3%, 전력망 24.6%, 산업용 8.1% 순으로 나타났다.
실적 및 자금 사용계획

산일전기는 지난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매출과 영업이익 연평균 증가율(CAGR)이 각각 81.9%와 865.4%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산일전기의 매출액은 214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9.2% 올랐다. 미국 전력망 노후화로 인한 변압기 교체수요 증가, 탈탄소화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및 ESS 수요 증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내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회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규모가 105%(870.5억 원→1784.6억 원)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산일전기의 수출 비중은 2022년 80%를 돌파한 이후 2023년 83.2%, 2024년 1분기 84.5%로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 중 미국향 수출 비중은 2022년 59.7%에서 지난해 84.0%로 대폭(24.3%p)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2.5% 오른 466억 원에 달하며 매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2021년 0.8%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도 2022년 11.3%에서 지난해 21.7%로 급증했다.
다만,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회사의 주요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일전기의 원재료 비중이 총 영업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변압기 제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인 전기강판, 알루미늄, 구리, 전기절연유 등의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등 대내외적인 영향에 크게 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구리 가격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산일전기의 매출 상승 가속화로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00억 원, 8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비중 확대와 신공장 매입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산일전기는 기존 시흥 1공장(16,000대/년)에 더해 경기도 안산 신공장(37,000대/년) 매입으로 연간 53,000대의 생산능력(GAGR)을 확보할 예정이다.

산일전기는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약 2,660억 원 중 매출대금(385억 원) 및 발행제비용(47.6억 원)을 제외한 순수입금 약 2,227.4억 원을 시설·운영자금과 채무상환 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산일전기는 글로벌 변압기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설비투자 및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제1공장(6,000평 규모) 변압기 생산장비 증설 및 자동화 시설 도입에 165억 원, 제2공장(11,000평 규모) 크레인 등 공용장비 및 시설설비 도입과 변압기 생산라인 확보에 255억 원을 투입한다.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해 공모금액의 절반 이상을 원자재 구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산일전기는 변압기 제조업 특성상 계약 시 계약금의 10%를, 인도시점에 대금의 90%를 수취하고 있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이같은 계획을 수립했다. 회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전기강판 449.6억 원, 외함 169.6억 원, 코일 119.2억 원, 기타자재 469억 원 등 총 1,207.4억 원 규모를 자재 구매에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600억 원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산일전기는 지난해 7월 매입한 제2공장(총 800억 원 규모) 부지 및 시설대금 잔금 지급을 위해 올해 1월 600억 원을 차입했는데, 이번 공모자금으로 전액 상환할 방침이다.
산일전기 측은 "IPO를 통한 자금 유입으로 변압기 제조 및 수출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변압기 시장 호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생산 시설 확장 및 현대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