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오는 19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인식 솔루션 기업 씨유박스가 공모청약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씨유박스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치러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53.06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공모주들 가운데 티이엠씨(0.81대 1), 오브젠(5.97대 1)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경쟁률이다. 특히 씨유박스보다 하루 앞서 청약을 마감한 AI 영상감시 솔루션 기업 트루엔이 1481.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 5.5조 원 규모의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앞서 씨유박스는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86.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희망밴드(17,200~23,200원) 하단보다 2,200원 낮은 15,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지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 578곳 가운데 87%인 505곳이 밴드 하단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상단 이상의 가격을 주문한 기관은 49곳(8%)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고평가 논란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씨유박스의 이번 공모가 산출에는 이미 상장된 유사회사를 비교하는 상대가치평가법(PER)이 적용됐다. 비교기관으로는 셀바스에이아이, 위세아이텍, 한국전자인증 총 3개 회사가 지목됐으며 이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적용한 평균 PER은 31.75배로 집계됐다. 대표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은 PER 적용을 위해 씨유박스의 2025년 당기순이익을 235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씨유박스가 최근 3개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같은 기간 비교기관 3곳 모두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씨유박스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흑자인 기업만 피어그룹 선정이 가능하다"라며 "씨유박스의 주력 사업모델인 AI 영상인식 사업 등과 유사성을 가진 기업을 기반으로 비교기업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통물량 비중이 많아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이슈가 부각된 것 또한 부진한 결과의 원인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씨유박스의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약 488만 6502주로, 상장 예정 주식(996만 6633주)의 49%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40%를 넘어가면 유통 물량 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논란을 딛고 상장 과정을 완주하게 된 씨유박스는 오는 19일 증시에 입성, AI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채용 및 서버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다.

씨유박스 주요 사업 분야

출처 = 씨유박스
출처 = 씨유박스

2010년 5월 설립된 씨유박스는 자체 개발한 지문 및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바이오 인식 인증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개발 및 통합시스템 구축, 공항에서 사용되는 자동출입국심사대 개발 및 제조, 바이오 인식 출입통제단말기 제조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씨유박스의 대표적인 사업 부문은 AI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크게 공항과 빌딩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공항 얼굴인식 시스템은 탑승권 발권 단계에서 여권의 정보와 이용자의 얼굴에서 추출된 생체 정보를 연계해 토큰을 생성하고, 이후 모든 과정을 해당 토큰만으로 처리하게 하는 솔루션이다. 씨유박스의 공항 얼굴인식 시스템은 지난해 5,388억 원(용역 포함)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했다. 주요 수주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법무부 및 해외 공항·항만 자동출입국심사대 등이다.

오피스와 같은 물리적 공간의 출입보안을 목적으로 하는 빌딩 얼굴인식 시스템은 4대청사(서울·대전·세종·과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청와대 등 정부 최고위 보안시설에 납품 및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씨유박스는 빌딩 얼굴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67.7억 원 규모의 스마트 정부청사 통합관리체계 구축사업을 신규 수주하는 등 총 5,299억 원(용역 포함)의 매출을 달성, 공항 얼굴인식 시스템과 비슷한 수준인 31%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씨유박스는 현재 △증권·카드사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본인인증 솔루션' △면세점·IBK BOXPOS 결제를 위한 '얼굴결제 솔루션'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재택·이석관리 솔루션' 등 AI 얼굴인식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진행된 국토부 사업을 통해 3D X-Ray 영상을 활용한 위험물 판독 기술을 내재화한 씨유박스는 이를 물류 로봇에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식별 활동을 지원하거나 또는 대체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씨유박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63.4억 원, 당기순손실 8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68.1억 원으로, 3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씨유박스가 이번 공모청약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231.7억 원(주관회사 의무인수분 포함)이다. 이 가운데 인수수수료·등록세·교육세 등의 발행제비용 12.4억 원을 제외한 순조달금액은 219.3억 원이다. 상장 이후 회사는 당 공모자금을 연구개발, AI 장비 구입, AI 학습 데이터 확보, 영업 조직 및 판매 채널 확대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신형 GPU 서버 취득에 163.2억 원을 투입한다. GPU 서버는 3D 그래픽의 구현, 자율주행과 같이 대용량 데이터가 동시에 연산되어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씨유박스는 2025년까지 16대의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확보함으로써 방대한 데이터를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발 인력 신규 채용 및 재료비의 충당을 위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56.1억 원을 투입한다. 회사의 원천 기술인 AI 딥러닝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신규 사업에 접목되는 응용 솔루션, AI 물류 자동화 기술 등의 연구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2025년까지 총 47명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에 있어서는 2022년 말 기준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 213.4억 원을 활용해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록 씨유박스가 이번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일각에서는 상장 후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낮아진 공모가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상장 당일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여준다면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올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 가운데, 공모청약 경쟁률 5.97대 1의 오브젠은 상장 당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후 마감)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청약 미달 고배를 마신 티이엠씨는 현재 공모가 28,000원을 상회하는 39,100원(2023.5.11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씨유박스는 오는 12일 청약증거금 환불 및 남은 절차를 마무리한 뒤 19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1,495억 원이며 대표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SK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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