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우디-한국 산업단지 프로젝트(SKIV, Saudi-Korea Industrial Village Project)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신(新)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SKIV를 시작으로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 및 여타 중동 국가 진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SKIV는 사우디 제2 도시 제다에서 북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홍해 연안 얀부에 K-중소기업들로만 구성된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사우디 정부가 2016년부터 추진 중인 경제 육성 정책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1차 투자금 규모만 13조 원에 달한다.
이달 초 사우디 국제산업단지회사(SIIVC, Saudi International Industrial Village Company)는 국내 중소기업 실사를 진행하고 투자 금액을 확정하는 등 SKIV 프로젝트에 참여할 K-중소기업들과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IIVC는 사우디얀부왕실협회와 공식 협약을 맺고 SKIV 프로젝트 추진 권한을 위임받은 곳이다.
사우디의 SKIV 프로젝트 ① : 국내 중소기업 23곳 확정

사우디 SIIVC는 최근 SKIV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중소기업을 방문해 투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20일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SIIVC는 이번 실사를 통해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총 23곳의 참여를 확정했다. SIIVC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1차 투자금으로만 1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한국 산업단지는 바이오,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일반 제조업 등 크게 4구역으로 나뉘어 조성되며, SKIV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제조 공장의 건설부터 운영, 관리, 판매까지 담당한다.
또 국내 기업들은 산업단지 완공 후 사우디에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현지 생산하고 중동 전 지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한편, 향후 사우디는 SKIV 프로젝트 참여 기업을 현재 23개 사에서 100개 사까지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다른 중소기업들의 SKIV 추가 참여와 함께 사우디의 대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우디 진출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등 여타 중동 국가까지 진출해 '신중동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SKIV 프로젝트 ② : K-바이오 업체 4곳 참여 확정... 아스타 등 수천억 투자 유치 성공

사우디 내 한국 중소기업들로만 구성된 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K-바이오' 업체들이 SKIV 프로젝트 참여 기업으로 확정,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일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SKIV에 참여하는 국내 바이오·의료기기 업체는 아스타, 미코바이오메드, 이오플로우, 메디칸 등 4곳이다.
우선 SIIVC는 이달 초 경기 수원에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아스타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경영진 및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최종 투자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초 프로젝트 선정 당시 3억 5,000만 달러에서 4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아스타는 주요 제품인 차세대 진단시스템부터 이차전지 및 IT 분야의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품질검사기 등 전 품목을 사우디 산업단지 내에서 그대로 생산할 예정이다.
그 밖에 국내 체외 진단 의료기기 전문 기업 미코바이오메드와 웨어러블 의료기기 개발 업체 이오플로우도 SIIVC의 실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5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SKI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소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자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실사는 이미 투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형식상의 타당성 절차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면서 "최근 SIIVC의 실사를 받은 기업들이 최소 수천억 원에서 1조 원대까지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00억 원 이상의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줄기세포 치료 및 바이오 신소재 개발 기업 메디칸도 SIIVC 파트너십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 메디칸은 SIIVC와 SKIV 조성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메디칸의 투자 유치 금액은 약 4억 7,000만 달러가량이며, 메디칸은 줄기세포배양기술과 관련한 의료기기 생산시설을 구축해 사우디와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를 중심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사우디의 SKIV 프로젝트 ③ : K-중소기업이 선택받은 이유

사우디 정부가 SKIV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 내에 한국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가 단일 국가의 중소기업들로만 구성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첫 프로젝트 국가로 한국 중소기업을 낙점한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주요 정책으로 성과 달성을 위해 한국 이외에도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여타 협력 국가를 제쳐두고 한국을 낙점한 이유는 뭘까.
이는 사우디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은 물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60여 년간 쌓아온 견고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천연자원 부국인 사우디와 첨단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중소기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봤다.
파이살 압둘아지즈 SIIVC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자 해외 건설 수주국으로서 지난 60년간 한국과 견고한 신뢰 관계를 맺어왔다"라며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더라도 서로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 중소기업들이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면서 "풍부한 자원 보유국 사우디와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강소기업들이 서로 '윈윈'하는 상징적인 첫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우디가 주요 정책 과제로 채택하고 있는 사업 분야와 국내 중소기업이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슷하다는 점도 주요 동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2016년부터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디지털,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바이오 산업 등을 차기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