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투자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책 자금 의존도를 줄이고 기관투자자의 투자 참여 유도와 지역 중심의 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400억 원 규모의 'LP 첫걸음 펀드'를 신설해 연기금투자풀의 첫 벤처 투자를 이끌었고, 1,000억 원 규모의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무역보험기금, 연기금투자풀 활용 벤처투자 첫발… 'LP 첫걸음 펀드'에 200억 출자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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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8일 'LP 첫걸음 펀드' 출자 공고를 통해 모태펀드와 연기금투자풀(무역보험기금)이 총 400억 원을 공동 출자한다고 밝혔다.

'LP 첫걸음 펀드'는 벤처투자 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금융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벤처투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펀드다. 모태펀드가 우선손실충당, 초과수익이전, 지분매입권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최초 출자자가 투자 분야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관 투자자의 참여 문턱을 크게 낮췄다.

해당 펀드를 통해 무역보험기금이 처음으로 벤처투자에 나섰다. 무역보험기금은 연기금투자풀 제도를 활용해 총 200억 원을 출자한다. '연기금투자풀 제도'는 2001년 공적 기금들의 자산 운용 전문성과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무역보험기금을 비롯해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등 비교적 규모가 작거나 자체 운용 전문 인력이 부족한 공적 기금이 여유 자금을 연기금투자풀에 예탁하고,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금융기관이 예탁된 자산을 통합해 운용하는 제도다. 발생한 수익은 각 기금의 출자 비율에 따라 다시 배분된다.

이번 출자사업을 통해 중기부는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자펀드는 570억 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최초 출자자인 무역보험기금의 투자 수요를 반영해 '세컨더리' 분야에 중점 투자한다. 세컨더리는 새롭게 발행되는 지분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벤처기업의 구주나 벤처펀드의 기존 투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벤처펀드는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성장의 과실을 출자자에게 수익으로 배분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단"이라면서 "모태펀드는 주로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연평균 8% 이상, 최근 5년간은 10%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었고, 이는 연기금 등 여유자금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수도권 전용 지역모펀드 1호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 결성… JB, 미래엔서해에너지, 선익시스템 등 지역기업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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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는 중기부가 추진 중인 '비수도권 전용 지역모펀드'의 첫 결실이다. 중기부는 올해 2월 충남을 비롯해 강원, 경북, 부산 등 4곳을 비수도권 전용 지역모펀드 조성 지자체로 선정했으며, 이달 충남에서 첫번째 펀드를 결성했다.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는 충남 지역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는 벤처모펀드로 조성됐다. 총 1,011억 원 규모로 결성됐으며, 이 중 모태펀드가 역대 최대 규모인 600억 원을 출자했다. 주요 출자자로는 충청남도, 기업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참여했으며, 지역 선배기업인 JB, 미래엔서해에너지, 선익시스템, 대일공업도 총 60억 원을 출자해 후배기업의 성장 지원에 힘을 보탰다.

이번 펀드는 오는 9월 운영위원회를 통해 출자분야를 확정하고 10월부터 자펀드 출자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궁긍적으로는 향후 3년간 충남 지역에 중점 투자하는 1,5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은 "지역사회의 연대로 탄생한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는 다른 지역사회에 영감과 용기를 주고, 많은 지역 기반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중기부는 이번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를 시작으로 5극 3특 중심의 비수도권 전용 벤처모펀드를 조성해, 벤처·스타트업을 지역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5극 3특'은 대한민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 중부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 강원, 전북)로 나누어 각 지역의 특화산업 발전을 추진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