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증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는 현상을 말한다. 즉, 국내 주식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받는 것이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는 국내에서 행해지는 '선(先) 배당기준일 후(後) 배당액 확정' 방식의 배당절차가 지목되고 있다. 주주를 먼저 확정한 후,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배당금을 확정하는 방식의 국내 배당절차가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면서 국내 증시 저평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20.1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45.7), 독일(40.8), 미국(40.5), 프랑스(39.3), 일본(36.5) 등은 매우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① : 해소 방안]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배당절차 개선, 한국 증시 경쟁력 강화 위한 필수 과제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가치 제고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배당절차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배당절차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 투자의 결정적 지표로서 배당을 활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어왔다.
실제로 국내 배당절차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대다수의 선진국은 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가 결정되나, 한국은 주주가 확정된 이후 배당액 결정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국의 배당절차

구체적으로 세계 각국의 배당절차를 비교해보면,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먼저 배당금을 확정한 후 이를 기반으로 배당기준일을 설정한다. 이에 투자자들은 사전에 배당금 규모를 알 수 있다.
영국은 두 방식이 혼재되어 있으나, 어떤 방식이든 배당예상액을 주주가 확정되기 전에 공개한다. 2022년 기준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British Telecom)사의 배당절차는 '주주총회일(7.14.) → 배당기준일(8.5.)' 순이었으나, 영국 최대 식품회사 테스코(Tesco)사는 '배당기준일(5.20.) → 주주총회일(6.17.)' 순이었다. 다만, 양사는 공통적으로 배당기준일 전에 배당예상액을 공시했다.
독일 역시 영국과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주총회일을 배당기준일로 설정하고, 해당 날짜 1개월 전 배당예상액을 공개한다. 이후 주주총회일 기준 주식을 소유한 모든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독일의 대표적 기업으로는 BMW와 폭스바겐 이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거의 동일한 배당절차(선 배당기준일 후 배당액확정)를 따른다. 배당기준일 이후 주주총회를 개최해 배당액을 확정하고, 그 이후 배당금을 지급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② : 정부의 노력] 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해 배당선진화 제도 추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배당선진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국내 기업은 연말에 배당 대상 주주를 먼저 확정(배당기준일)한 후 이듬해 열리는 주주총회(배당결의일)에서 배당금을 결정하는 관행을 따르고 있는데, 이러한 절차는 배당투자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배당선진화 제도가 마련됐다.

배당선진화 제도는 국내 배당절차를 '선 배당액확정 후 배당기준일'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투자자들이 배당 여부 및 배당액을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결산배당과 상장회사 분기배당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배당절차 관행을 비롯해 물적분할, 내부자거래, 자사주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한 제도적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결산배당을 시행한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는 557개 사(71.6%), 코스닥시장 상장회사는 576개 사(41.3%)로 나타났으며, 중간 및 분기배당을 시행한 회사는 각각 46개 사(5.9%), 22개 사(1.6%)로 집계됐다.
◆결산배당(상법)
법무부는 주주총회일 이후 배당기준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상법 제354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발표했다. 결산기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정하는 현재의 '깜깜이 배당'(사전에 배당금을 예측할 수 없어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관행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①회사는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배당을 받을 자 기타 주주 또는 질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자를 정하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주주명부의 기재 변경을 정지하거나 일정한 날의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질권자를 그 권리를 행사할 주주 또는 질권자로 볼 수 있다.
②제1항의 기간은 3월을 초과하지 못한다.
③제1항의 날은 주주 또는 질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날에 앞선 3월 내의 날로 정하여야 한다.
④회사가 제1항의 기간 또는 날을 정한 때에는 그 기간 또는 날의 2주 전에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관으로 그 기간 또는 날을 지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상법 제354조 제1항에 대해 법무부는 "현재의 배당 관행도 적법하긴 하지만, 상법은 '의결권을 행사할 자'와 '배당받을 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할 수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주주총회일 이후에 배당기준일을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해석했다.
즉, 권리와 권리 행사 기준일을 각각 구분할 수 있으므로 선 배당액확정, 후 배당기준일 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당 영업연도의 배당을 결산기 말일의 주주에게 해야 한다는 실정법상 근거도 없다"라면서 "이익배당은 특정 영업연도의 경영성과 배분이 아니라 그 결산기까지 누적된 경영성과의 배분이므로, 반드시 특정 결산기 말일의 주주가 배당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부연했다.
상법 제354조 제3항에 대해서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날은 배당금액과 배당을 받을 자가 정해지고 이를 받을 수 있게 된 날을 의미하므로, 배당기준일을 주주총회일 이후로 지정하더라도 '배당기준일로부터 배당받을 권리를 행사할 날까지의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지 않으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상장회사 분기배당(자본시장법)
정부는 분기배당 관련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제165조 12)은 상장회사의 배당받을 주주를 매 분기 마지막 날의 주주(3·6·9월 말일의 주주)로 한정하고 있어, 배당절차 개선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① 연 1회의 결산기를 정한 주권상장법인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연도 중 그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3월, 6월 및 9월 말일 당시의 주주에게 이사회결의로써 금전으로 이익배당(이하 “분기배당”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이사회결의는 제1항의 말일부터 4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른 분기배당금은 이사회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정관에서 그 지급시기를 따로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지난해 4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당받을 주주를 '3·6·9월 말일의 주주'로 정한 내용을 삭제해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배당금 지급 준비기간이 부족할 것을 고려해 분기 배당금 지급 기간도 기존 20일에서 30일로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의 당시 김희곤 의원은 "결산배당(상법)은 2023년 1월 정부의 유권해석으로 배당액을 주주총회에서 먼저 결정한 다음에 배당받을 주주를 정할 수 있게 되었으나, 분기배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 중심의 장기투자를 활성화하고, 선진 주식시장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말 마지막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기타 계획
이외에도 정부와 관련 기관은 상장기업들이 배당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유도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이 포함된 '표준정관 개정'을 마련해 배포하고 '배당기준일 통합 안내 페이지'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배당절차 개선 여부 등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15가지 핵심지표를 신설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③ : 국내 기업의 노력] 국내 기업도 주주환원 위해 발벗고 나선다... 국내 상장사 43% 정관 개정
정부가 배당선진화 제도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배당절차 개선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배당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 기업이 1,011개 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국내 상장사 2,381개 사(코스피 791개 사, 코스닥 1,590개 사)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현금배당을 완료한 기업은 322개 사로, 약 34%에 해당하는 109개 기업은 배당절차 개선을 통해 이른바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와 유관기관은 향후 배당절차 개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명회·컨설팅 등을 통해 홍보 및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결산배당에 이어 분기배당도 절차 개선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주주환원책 - SKT·LGU+, 올해 자사주 매입 확대

최근 정부의 배당선진화 제도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주주환원에 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가 조만간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SK텔레콤(SKT)은 빠르면 1분기 실적 발표 전, LG유플러스(LGU+)는 2분기 중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동통신사들이 현금 유출 축소와 다양한 합병 이슈를 고려해 자사주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SKT는 4월 말에 자사주 매입을 공식 언급할 가능성이 있으며, LGU+는 6월 초 자사주 매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각 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에 대해서는 최대 2,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LGU+는 헬로비전 합병에 대비해 기존 보유분(1.5%) 외에 약 5%에 달하는 추가 자사주 확보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분석됐다.
반면, KT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기존 보유 자사주 4% 소각은 물론 신규 자사주 취득 및 소각도 쉽지 않다"라며 "자사주 소각 시 외국인 한도가 현재 3.6%에서 1.5%로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이동통신 3사 이외에도 최근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50억 원 규모(4월 9일 종가 기준)의 자기주식 156만 5,390주 소각을 발표했으며, KT&G는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총 2조 8,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KT&G는 보유 중인 자사주 약 1,000만 주(발행주식총수의 약 7.5%)도 추가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배당정책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더불어 배당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SKT는 주주 친화적 조치의 일환으로 투자자들이 기말 배당금액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배당기준일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기말 배당기준일이 영업연도 말로 되어 있는 내용을 삭제, 이사회에서 기말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24년 기말 배당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SKT의 주당 배당금은 1~3분기 배당금 830원과 4분기 배당금 1,050원을 포함해 총 3,540원이다.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70.0%(당기순이익 약 1조 94억 원, 배당금 총액 약 7,660억 원), 배당수익률은 7.1%다.

LGU+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배당성향 상향을 추구하고 있다. 올해 배당일 관련 정관 변경을 예고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4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정책을 세웠다. 연간 현금 배당액도 최소 2023년 배당금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LGU+의 주당 배당금은 중간 배당금 250원을 포함해 총 650원이다. 배당성향은 43.2%(당기순이익 6,463억 원, 배당금 총액 2,794억 원), 배당수익률은 6.2%를 기록했다.

KT도 최근 주주총회를 개최해 분기배당 도입 및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승인하고 주당 배당금을 1,96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달 25일 완료한 271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해 총 5,101억 원을 주주에게 환원할 예정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10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분기배당 도입 계획을 비롯해 2025년까지 최소 배당금(1,960원) 보장,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침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KT의 배당성향은 51.7%(당기순이익 9,333억 원, 배당금 총액 4,830억 원), 배당수익률은 5.5%다.
한편, 증권가는 올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이익 흐름상 배당금 증액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 실적전망과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기존 배당금 수준을 유지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