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가운데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한 파두가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들어갔다. 투자유치 단계에서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향후 공모에서도 조 단위 몸값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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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거래소(KRX)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파두의 예비심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심사를 청구한지 3개월 만이다. 연내 상장이 목표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파두는 2015년 설립된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데이터센터의 핵심 수요에 대응해 AI를 활용한 반도체 제품군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데이터의 처리 속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SSD(Solid State Drive, 데이터저장장치) 내 컨트롤러로, 지난해 SK하이닉스와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자체 개발한 SSD 컨트롤러를 활용해왔지만, NVMe(비휘발성 인터페이스 메모리) 기반 컨트롤러의 기술 부족으로 시장 영향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NVMe 컨트롤러에 특화된 파두와 파트너십을 체결, 반도체 기술력을 보완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SNS 기업인 메타(Meta)와 기업용 SSD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파두는 해당 SSD에 컨트롤러를 탑재함으로써 이름을 알렸다.
파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가치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2021년 비공개 펀딩에서 4,500억 원, 2022년 기존 주주 대상 투자 라운드에서 9,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파두는 올해 2월 진행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1조 800억 원까지 몸값이 오르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실적 또한 급증했다. 파두의 2022년 매출액은 564억 원으로 전년(51.6억 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5.1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1년 433.4억 원에서 2022년 2,274.6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는데, 이는 가치 변동에 따른 손실로, 실제 현금 유출입과는 무관한 회계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파생상품평가손실 1,947.4억 원/당기손익인식금융부채평가손실 280.3억 원)
202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5억 원으로 전년에 이어 순유출을 유지했다. 2021년 대비 순유출액은 187.3억 원가량 줄었지만, 당기순이익 감소 및 순운전자본 확대로 유동성 부담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파두의 순운전자본은 2021년 50.9억 원에서 2022년 156.6억 원으로 105.7억 원(208%) 증가했다.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은 전년과 비교해 114.6억 원, 매입채무는 8.9억 원 늘어났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76.2억 원으로,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전년 대비 현금 순유출액이 128.1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파두가 유형자산 취득에 소요한 비용은 △기계장치 2.3억 원 △비품 45억 원 △임차개량자산 24.2억 원 △건설중인자산 46.4억 원 등이다. 그 외 연구개발 목적으로 취득한 39.2억 원 규모의 지분상품 또한 투자활동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68.9억 원으로, 건물과 차량운반구에 대한 리스부채 19.8억 원을 상환하면서 전년 대비 순유입액이 15.6억 원 감소했다. 특히 파두는 2021년 -1,607.8억 원의 자본총계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으나,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287.7억 원을 조달하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 2022년 말 기준 파두의 자본총계는 410.3억 원, 부채비율은 41.7%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챗GPT에서 촉발된 인공지능 열풍이 반도체 업종과 맞물리면서 해당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 기판 검사 기업 기가비스가 지난달 치러진 공모청약에서 10조 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면서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현재 파두를 포함한 사피엔반도체, 그린리소스, 퀄리타스반도체, 에이직랜드 등의 반도체 설계·개발 기업이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