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ICT) 수출 규모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우리나라의 ICT 수출액은 128.2억 달러, 한화 약 23조 7800억 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88.5억 달러) 대비 32% 감소한 수치이자, 4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이다. 특히 무역수지는 18.2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74.5억 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6% 감소했다.

ICT 수출 1년째 부진… '반도체 41.5% 급감'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인포그래픽 = 권진우 기자

품목별 수출 실적 및 특징을 살펴보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출하량 및 단가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서 반도체(61.1억 달러, 41.5%↓) 품목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9% 감소한 2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D램 낸드의 수요 둔화 및 재고 누적이 지속되면서 고정거래가격이 크게 하락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25.5% 하락한 26.9억 달러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파운드리, 팹리스 등 글로벌 기업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시스템 반도체 불황이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품목 또한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전방수요 부진 및 전년 동월 실적(22.5억 달러, 39.3%↑)의 기저효과로 OLED와 LCD의 수출액이 각각 39.3%, 43.0% 하락하며 8억 달러, 3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OLED는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수요 중심의 베트남, 중국 수요가 크게 축소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휴대폰 품목에서는 부분품이 실적을 견인했으나, 완제품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한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폭스콘 등 중국 내 주요 휴대폰 생산 공장의 정상화로 부분품(8.5억 달러, 4.8%↑)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반면, 완제품(1.7억 달러, 36.2%↓)은 글로벌 ICT 기기 수요 부진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출은 경기 약화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로 전년 동월 대비 58.6% 감소한 6.5억 달러를, 통신장비 품목은 5G 인프라 구축 확대에 따라 0.8% 증가한 2.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 '무역금융 2조 원 확대' 등 수출지원 대책 마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기획재정부 제공

수출 열기가 식어가자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에 나섰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무역금융 규모를 2조 원 추가 확대하고 미래차 핵심기술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재로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출 활성화를 위한 현장 애로 해소 및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이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도록 수출투자책임관들과 함께 주요 품목별 수출 동향과 지원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해 수출지원 인프라 관련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수출지원 인프라 강화: 무역금융 공급 2조 원 확대

먼저, 정부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최대 362.5천억 원으로 계획한 무역금융을 2조 원 더 늘려 364.5천억 원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수출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0.6%p 금리를 우대하는 프로그램을 신설, 산업은행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수출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해외인증 취득과 관련해 내달 '원스톱 해외인증 지원단'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보제공, 컨설팅, 취득비용 등 해외인증 지원창구를 구축해 수출기업의 편의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해외전시회의 경우 참가기업 모집 및 선정 과정에서 범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효과를 확대하고, 원산지 증명서 일반심사‧자동심사 대상 여부를 온라인 신청 시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출기업의 편의를 제고하는 등 다양한 수출지원 인프라 강화 방안이 마련됐다.

현장 애로 해소 및 추가 지원방안: 조선업, 미래차, 원전

인프라 개선과 함께 주요 품목별 현장 애로 해소를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조선업 수주 확대를 위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 보증 비율도 현재의 70∼85%보다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조선업계 정책금융 지원 강화방안은 이달 중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수소차 등 미래차 핵심기술은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자동차 운반선 부족으로 인한 기업 애로는 국적 자동차 운송사 운반 여력을 모니터링해 취소 물량 등이 생기면 국내 완성차 업체에 우선 배정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 프로젝트 수출계약을 체결한 기자재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수출보증보험 특별 지원 한도를 책정 한도 1.5배로 제공하고 보험료 20% 할인, 최대 100% 부보율 적용 등의 우대 혜택을 적용한다. 환경 플랜트 수주 등 녹색산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대책 역시 2분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수출은 위기돌파의 핵심 동력"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각 부처 수출투자책임관들을 중심으로 소관 품목의 수출여건을 연중 상시 점검하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수출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장 체감도 높은 과제를 지속 발굴‧개선함으로써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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