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위기일 때 벤처캐피탈이 대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발간한 '은행 위기와 벤처캐피탈이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언급하며 "은행 위기의 부정적 영향은 벤처캐피탈이 발달한 곳일수록 완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소 미시제도연구실의 'BOK 경제연구'에 실린 것으로, 31개국 제조업체의 혁신 활동을 20개 산업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은행위기 자료와 벤처캐피탈 자료를 결합해 분석한 내용이다.
특히 외부금융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일수록 혁신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위기 시, 각 산업의 외부금융 의존도가 한 단위 증가하면 특허의 등록수와 인용수는 평균적으로 각각 35.9%, 11.5% 줄었으며 특허 독창성과 일반성 점수도 각각 17.6%, 26.6% 감소했다.
또한 벤처캐피탈이 발달한 곳일수록 은행위기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됐다. 실제로 한 국가의 벤처캐피탈 지수는 7점 만점에서 평균 3.786보다 1.458점 이상 높을수록 특허 출원수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국은행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이 금융지원과 더불어 사업적 네트워크, 경영 및 기술적 컨설팅, 모니터링, 멘토링 등 비금융적 자원을 제공하면서 은행의 대체금융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벤처캐피탈의 완화효과는 지적재산권 제도와 민주주의적 정치제도가 확립된 나라일수록 컸다.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성원 과장은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벤처캐피탈 시장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인 투자지원이 어려울 수 있어 정치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