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이 국내 중견기업 성정에 인수된 지 약 1년 7개월 만에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성정은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와 이스타항공의 보유지분 100%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매각에 VIG파트너스가 1,1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올해는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년 4월부터 전 노선 운항을 정지했고, 같은해 6월까지 셧다운을 연장하며 AOC(항공운항증명) 효력이 정지됐다. AOC는 항공당국이 부여하는 자격증명서로, AOC가 없으면 운항이 불가할 수밖에 없다. 즉, 이스타항공은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고, 수익을 내지 못했다.
성정은 인수 당시 이스타항공에 1,3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투자금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운항 재개를 위한 훈련 등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매달 인건비 등의 고정비로만 50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잇따른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이 AOC 발급에 난항을 겪자, 일각에서는 성정 측이 자금 출혈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스타항공은 2021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를 대상으로 재발급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교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토부 역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라며 항공사업법령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안전 정비에 대해 회사가 재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새 주인이 된 VIG파트너스가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이스타항공에 AOC를 쥐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이달 말까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이스타항공을 대상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VIG파트너스 측은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어 온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VIG파트너스의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계획이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선진적 운영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VIG파트너스의 자금 투입으로 재무구조는 개선될 수 있어도, AOC 발급의 키를 쥐고 있는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간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VIG파트너스에서 매달 50억 원 규모의 고정비가 발생하는 이스타항공의 AOC 발급 지연을 기다려주기 어렵고, 이는 곧 완벽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AOC 발급이 우선이고 AOC를 발급받더라도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6~7대에서 많게는 20대 이상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VIG파트너스는 자금 투입 이후 신규 기체 'B737-8'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기체 추가 도입 시 항공기를 조종하고 서비스를 담당할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 객실승무원 등의 인력 보강 역시 자연스럽게 진행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의 대표이사는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맡는다.
조 신임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항공여행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이스타항공의 대표로 부임하게 돼 기쁘다"라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