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나섰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민관합동으로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국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지난 17일 펀드의 성공적인 조성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 역량 결집을 선언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을 향해 "보수적 영업관행과 마인드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시장 평가는 냉정"... 이자장사 질타한 금융위원장

출처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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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한국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 및 금융기관 간 업무협약식'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반영하듯, 이억원 위원장의 모두발언은 금융권에 대한 날 선 지적으로 시작됐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금융 대전환 제시 이후 금융권에서도 정책방향에 화답하고 있으나, 시장의 평가는 아직 냉정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우리 금융권이 여전히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산업 이해에 근거한 전략적인 재원배분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글로벌 패권경쟁에 대응하여 정부·금융권·산업계·지역·국민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성장펀드가 "정부·기업·국민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150조 펀드' 성공 위한 산은·5대 금융 지주 맞손

출처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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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가 체결한 업무협약은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인 집행을 위한 금융권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국민성장펀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협력 강화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내 실무 인력 상호 파견 △첨단전략산업 지원 관련 검토사업에 대한 정보 교류 체계 구축 등이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권이 하나의 실행축을 형성하여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이 자리는 정책금융과 시장의 전문성이 결합된 생산적 금융 생태계 구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협약의 의의를 밝혔다. 

정부 "투자 실패 면책 지원"... 산은, 전담조직 신설

협약식에서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가 "규모 뿐만 아니라 지원방식과 협업체계도 그간의 산업금융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고 규정하며, '이자장사'와 같은 기존의 보수적 관행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동시에, 금융권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의 생산적금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면서 "정부도 출자부담 개선방안, 발생할 수 있는 투자실패에 대한 면책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의사결정을 돕겠다"고 밝혔다. 위험 부담이 큰 첨단산업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감면해줘, '몸 사리기'식 영업 관행을 깨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또한 펀드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사무국(부문)과 기존 혁신성장금융부문 등 투자관련 조직을 '국가산업성장지원그룹'으로 묶어, 투자 중심의 전략적 자금지원에 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현판식을 연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은 개별 프로젝트의 접수 및 예비검토, 산업은행 및 타 금융기관과의 공동지원 주선, 자금집행 및 사후관리 실무를 총괄하게 된다. 사무국은 산업은행의 핵심 인력 외에 민간 금융권 및 산업계 경력전문가를 채용하고, 금융지주와의 인력교류도 적극 추진한다.

한편, 금융위는 현재 사업부처 및 기업들과 투자수요를 지속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기금운용심의회' 추천 등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 중이다. 정부는 오는 12월 10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따른 펀드 출범 시기에 맞춰 최대한 신속하게 투자집행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