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Canva
출처 = Canva

로봇이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다수 전문가와 일반 대중은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특히 제조업에서 로봇의 필요성을 묻는다면, 부정적인 대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로봇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 가치를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로봇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자,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은밀히 스며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산업과 달리 로봇 산업은 기술적 특수성이 크다 보니 다수의 일반 대중이 발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은 TV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로봇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접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다소 어설프고 답답했던 로봇에 비하면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로봇 월드컵 영상을 보면, 로봇이 인간처럼 빠르게 달리고 장애물을 인식해 뛰어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인간처럼 움직이고 균형을 잡으며 역동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문제는 다수가 흔히 로봇의 발전을 '인간처럼 뛰고 점프하는 모습'으로만 평가한다는 점이다. 대중은 이런 장면에서 발전 속도를 체감하지만, 로봇 산업의 진정한 가치를 논하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정한 로봇의 가치는 '발'이 아닌 '손'에서 나온다

출처 = Canva
출처 = Canva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고, 점프까지 하는 로봇의 모습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로봇은 인간의 무엇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정답은 분명하다. 로봇의 본질이자 가치는 곧 인간의 노동력 대체에서 나온다. 그리고 노동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발'이 아니라 '손'에 있다. 발로 달리고 장애물을 넘는 기능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가깝다. 반대로 정교하게 물건을 집고, 분류하고, 제작하는 기능이야말로 로봇 산업의 핵심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로봇은 다음과 같다. 빨갛게 익은 사과를 선별해 따는 로봇,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상하지 않게 안전하게 분류하는 로봇, 계란을 스스로 깨고 계란 프라이를 할 수 있는 로봇.

이들은 모두 인간의 '손'을 대체하기 위한 시도다. 결국 로봇의 가치는 얼마나 섬세하게 힘을 제어하고 미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의 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발이 아니라 눈과 손임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퍼포먼스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로봇이 진정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은 '손의 노동력'이다.

테슬라 로봇
출처 = 테슬라 유튜브

인간의 손은 27개의 뼈와 약 30개의 관절, 그리고 40개 이상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손가락과 손목을 합쳐 약 20개의 독립적인 관절 움직임(자유도)을 구현할 수 있다. 이 복잡한 구조를 모사하고 재현하는 것은 로봇공학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자, 동시에 가장 상업적 가치를 지닌 영역이다. 이 가치를 알고 개발에 가장 집중하는 기업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Tesla)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는 손 설계 단계부터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션과 감각 센서 통합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단순히 집는 수준을 넘어 휴지를 뜯고, 쉽게 깨질 수 있는 물건도 나르고, 심지어 팝콘을 건네는 정교한동작까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곧 인간 손의 동작을 가장 근접하게 구현하고 있는 사례이자, 대체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가져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로봇, 진정한 가치보다 이슈에 치우친 과열

2025년 하반기 들어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주요 로봇 기업들의 주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표 사례가 LG전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로보티즈'다.

출처 = 키움증권 영웅문
▲로보티즈 주가 차트 (출처 = 키움증권 HTS 영웅문)

올해 들어 로보티즈의 주가는 연초 대비 500% 이상 상승했다. '로봇 산업의 미래는 밝지만, 현 시점에서의 주가는 기대치를 선반영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가 상승은 곧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척도이지만, 로봇 산업이 과연 성장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로보티즈 역시도 미래가 밝다고는 하지만, 정작 주요 사업 부문에서 아직 뚜렷한 이익을 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현실이다.

올 하반기 로봇주 랠리에 불을 붙인 직접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노란 봉투법'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산업 현장에 로봇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고, 이는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로봇 테마 전반에 불씨를 당겼다. '좋아질 것'라는 단순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이다. 

출처 = 로보티즈
출처 = 로보티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산업의 미래는 밝은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Yes'라는 답변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가는 과열됐지만, 로봇 산업 자체의 가치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과열을 인정하고, 생각 이상으로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국내 시장은 로봇 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단기 이슈에만 집중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억해야 할 점은 분명하다. 로봇 산업의 진정한 출발점은 ‘발’이 아니라 ‘손’이며, 투자자는 이 본질을 기준으로 시장의 과열과 노이즈를 구분해내야 한다. 지금은 다소 긴 안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