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한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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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이 8월 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이번 IPO는 최근 국내 조선업 이슈와 올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라는 평가를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조선은 앞서 이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약 17조 8,608억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면서 23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건수는 총 51만 8,473건에 달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신영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공모모집은 신주발행 80%(800만 주)와 구주매출 20%(200만 주)가 혼합된 구조로 실시됐으며,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총 848만 2,164주(22%)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2,106개 기관이 참여해 총 15억 1,613만 2,000주를 신청하면서 경쟁률은 275.66대 1로 나타났다. 98.6%의 기관이 희망밴드(42,000~50,000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최종 공모가는 50,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금액은 5,00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 9,263억 원,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56.9%로 집계됐다. 기관들의 락업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 하반기 최대어 대한조선, 임직원 청약률 3.3%에 그쳐

공모청약·수요예측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직원 일부가 우리사주 청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대한조선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공모주 물량의 20%(200만 주)를 배정했으나, 임직원들의 청약률은 3.3%(6만 5,385주)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 실권주 193만 4,615주가 일반투자자(50만 주)와 기관투자자(143만 4,615주)에게 재배정됐다.

이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조선업의 부진을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한조선은 2014년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았으며, 이후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놓였던 과거가 있다. 비록 2022년 KHI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후 같은 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올해 1분기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9년임을 고려할 때, 최근 3년간의 반등보다는 이전에 겪었던 긴 어려움의 시기가 임직원들의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 753억 원, 영업이익 1,5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340% 급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대표 선박 설계·건조 기업 대한조선, 그리스 해운선사 '러브콜' 이어져

출처 = 대한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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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은 중형(아프라막스) 및 준대형(수에즈막스) 선박의 설계 및 건조에 특화된 조선 전문기업이다. 1987년 신영조선공업으로 설립된 이후 소형 선박 건조 및 수리 사업을 영위해왔으며, 2004년 사명을 '대한조선'으로 변경했다. 회사는 영업, 조달, 설계, 품질, 생산 등 조선산업 전 분야에 걸쳐 숙련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블록 전문 생산공장과 연간 평균 12척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1기를 포함해 최적화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한조선은 원유운반선(아프라막스, 수에즈막스급)과 정유운반선(아프라막스급), 셔틀탱커 등 탱커선(액체 화물 운송하는 선박)과 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주력 선종으로 건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벌크선(가루 또는 낱알 형태로 운송하는 선박) 건조에 주력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탱커선과 컨테이너선 건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원유운반선 부문에서 약 2,565억 원(83%), 정유운반선 부문에서 488억 원(16%)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탱커선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의 탱커선은 크기에 따라 아프라막스(Aframax)급과 수에즈막스(Suezmax)급으로 구분된다. 먼저 아프라막스 탱커선은 다양한 크기의 탱커선 중 단거리 및 중거리 원유, 정유 운송에 최적화된 사이즈의 탱커선이다. 세계 대부분의 항구에 수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ULCC)이 접근하기 힘든 연안 석유 터미널이 없는 항구에 특화돼 있어 흑해, 북해, 카리브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지중해 유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유럽 소재의 탱커 선사들과 다수의 계약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 아프라막스 탱커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에즈막스 탱커선은 이집트에 위치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탱커선이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여 선박이 이동해야 하지만, 해당 운하를 거쳐갈 경우 홍해에서 지중해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유럽-아시아 또는 중동 간 노선에 투입된다. 최근 선사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환경 규제에 대응해 친환경 기술(암모니아, 메탄올 DF System 등)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며, 기존 선주들의 재발주가 이어지면서 2022~2024년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셔틀탱커는 브라질과 북해의 해상에서 뽑아낸 원유를 육상 저장시설로 옮기는 선박을 말한다. 높은 파도와 바람, 조류 등의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해상에서 일정한 위치를 유지해 원유생산설비(FPSO, FSO등)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상에서 직접 원유를 공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동위치 유지장치(DPS), 액체화물 선적장치(BLS)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장착된다. 회사는 2022년 셔틀 탱커 1척 인도를 시작으로 2024년 2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셔틀 탱커 3척을 수주한 바 있다.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를 선박의 화물창 내부와 갑판 위에 적재해 수송하는 선박이다. 대한조선은 도크 내 아프라막스 탱커선을 건조하면서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1,000TEU 소형 컨테이너선을, 도크 운용에 적합한 사이즈인 중형 8,000TEU 컨테이너선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2022년 그리스 선사로부터 4척, 2023년 국내 선주사로부터 2척을 수주한 이력이 있다.

◆환경 규제 대응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속도'

출처 = 대한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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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은 친환경 선박 협력 강화와 기술인증 획득으로 탈탄소 선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9월 영국선급(LR)과 암모니아를 이용한 친환경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을 함께 개발하기로 협력했으며, 같은 달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LNG 이중연료추진 셔틀탱커선의 개념설계인증(AIP)을 받았다. 이어 올해 1월에는 DNV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추진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AIP를 획득했다.

AIP는 선박의 기본 개념이나 기술적인 설계에 대해 그 원칙적인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국제적 선급으로부터 인정받는 절차를 말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한조선은 그리스 해운선사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리스 '아틀라스'(ATLAS)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선박 1척을 발주한 이후 2021년 4척, 2022년 4척, 2023년 6척, 2024년 2척을 추가로 주문하며 지금까지 총 17척(약 11억 8,000만 달러)의 선박을, 그리스 해운사 '골든에너지'는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이로써 대한조선은 지난해 약 8억 4,000만 달러 규모(셔틀탱커 3척,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5척)의 수주 성과를 달성했으며, 2027년 상반기까지 남은 수주 규모는 약 21억 700만 달러(24척)다.

대한조선, 만기 도래 채무상환에 공모금 절반 가량 투입 

출처 = 대한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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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은 코스피 상장 공모를 통해 확정공모가 50,000원 기준 총 5,000억 원의 자금 조달했으며, 이 중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약 3,959억 원을 생산 설비 최적화와 친환경 기술 경쟁력 제고, 운영 효율화 및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생산 효율성 증대와 노후 설비 교체를 위한 시설자금으로 405억 원을 투입한다. 이 금액은 공기구 투자, 신규 적치장 조성을 통한 작업 공간 효율화, 노후된 전처리 설비 및 장비 교체, 노후 건물 및 지반 보강 공사 등에 사용된다. 여기에는 해남 본사 R&D센터 신축도 포함된다. 회사는 미래 기술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세웠으며, 총 투자금 220억 원 중 155억 원을 공모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재 구매대금으로는 1,109억 원이 책정됐다. 수주 확대에 따른 운전자본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는 조선업 특유의 '헤비테일' 결제 방식에 따른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고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강재, 기자재, 의장재 구매에 활용될 예정이다. 헤비테일은 선박 대금의 결제가 인도 시점에 지급되는 방식을 말한다.

채무상환 자금으로는 가장 큰 비중인 1,645억 원이 할당됐다. 이 자금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선박 건조 관련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차입했던 회사채, 일반대출, 수입신용장 등을 상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는 또한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명목으로도 800억 원을 투자한다. 주요 투자 분야는 △디지털 전환(차세대 CAD 개발) △스마트 생산관리(실시간 공정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스마트 야드(용접 및 도장 자동화) △친환경 기술개발(신선종·신성형 개발, 에너지 저감 친환경 기술개발) 등이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입해 IMO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중대형 선박 시장 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