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반도체 후공정 산업인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공정의 미세화 작업으로는 반도체 성능을 향상하는데 한계에 도달하면서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주는 통로인 반도체 기판이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할 핵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유리 기판(glass core substrate)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국내 주요 기업인 SK, 삼성, LG도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리기판'이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

출처 = 인텔
출처 = 인텔

유리 기판은 반도체 기판 소재로 유리를 채택한 것으로, 기존 실리콘과 유기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되면서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리콘 소재는 배선 밀도가 높고 전기적 성능이 우수하지만, 제한된 웨이퍼 크기, 복잡한 공정, 높은 제조 비용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반면, 유기 소재는 공정이 단순하고 제조 비용이 실리콘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낮은 배선 밀도, 높은 열팽창 계수로 인한 뒤틀림 및 변형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들로 기존 소재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향상하는데 한계에 봉착했으며,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유리 기판'이다.

출처 = SKC

유리 기판은 실리콘보다 낮은 제조원가, 유기보다 뛰어난 내열성과 절연성, 높은 평탄도와 기계적 강도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AI 반도체의 대면적화에 적합하며, 많은 칩을 탑재해도 변형 우려가 적다.

또한 상호연결밀도가 10배가량 개선돼 고주파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처리 및 전력 소비효율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같은 수동 소자를 기판 내부에 심을 수 있어 기판 규모 축소에 유리하며, 매끈한 표면으로 미세한 회로 구현에도 용이하다. 유기와 유리 기판의 거칠기 수치는 각각 400~600nm, 10nm 수준으로 최대 60배 가까이 차이 난다.

다만, 유리 소재의 취성과 높은 생산비용, 다층 배선 구조 구현의 어려움 등은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재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제조 공정을 최적화한다면 기존 소재의 단점을 극복할 진정한 꿈의 기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반도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 달러에서 연평균 3.5% 성장해 2028년 8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반도체 및 전자 산업의 지속적 성장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주도권 경쟁 치열

2030년대 전후로 반도체 기판 소재가 기존 유기에서 유리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 간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출처 = 인텔
출처 = 인텔

특히 인텔은 10년 넘게 유기 기판을 유리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면서 유리 기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텔은 현재까지 연구개발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생산설비 팹을 구축하고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유리 기판 패키징 기술을 선보였다. 인텔은 2030년까지 단일 패키지에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수용하는 유리 기판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으며, 고성능컴퓨팅(HPC) 및 AI 반도체용 유리 기판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의 수석 부사장 겸 조립 및 테스트 개발 총괄 관리자인 바박 사비는 "10년간의 연구 끝에 고급 패키징을 위한 업계 최고의 유리 기판을 개발했다"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주요 업체와 파운드리 고객에게 도움이 될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유리 기판 사업

국내에서는 SKC가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출처 = SKC)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출처 = SKC)

SKC는 2021년 설립한 앱솔릭스를 통해 유리 기판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HPC용 반도체 유리 기판의 세계 최초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SKC inc. 부지에 총 8,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유리 기판 사업 생산거점을 구축 중이며, 현재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는 1만 2,000㎡ 규모의 유리 기판 생산시설도 완공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업 기반을 강화를 위해 패키징 테스트 장비 분야 선두 기업인 ISC와 미국 반도체 패키징 분야 스타트업인 칩플렛에 연이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ISC는 실리콘 러버 소재의 테스트용 소켓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며, 칩플렛은 2016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 AMD의 사내벤처(CIC)로 시작해 2021년 분사한 업체다. 칩플렛은 첨단 반도체 기판의 아키텍처 설계 기술과 대형 고객사와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ISC 및 칩플렛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반도체 패키징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라며 "SKC의 원천기술 및 제조역량과 파트너사들의 패키징 설계 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후공정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의 유리기판 (출처 = 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유리기판 (출처 = 삼성전기)

이에 맞서 삼성그룹도 차세대 패키징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그룹의 반도체 기판 개발사 삼성전기는 올해 1월 세계가전박람회 CES 2024에서 유리 기판 실물을 공개를 통해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3월 주주총회에서는 양산 계획을 언급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생산개시 계획에 착수, AI 반도체용 유리 기판 출시를 위해 그룹계열사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유리 기판 개발의 핵심 역할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반도체 기판 결합과 유리 가공 관련 부분을 담당할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최근 독일 LPKF와 LPKF 코리아, 켐트로닉스 등 제조 장비 회사들과 유리 기판 제조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기술 협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LG이노텍도 유리 기판 기술 확보에 나섰으며, 향후 관련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미국 대형 반도체 회사들을 겨냥해 유리 기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슈+] 차세대 반도체 기술 유리기판 '관련 장비주'도 주목

▲필옵틱스의 TGV 장비 (출처 = 필옵틱스)
▲필옵틱스의 TGV 장비 (출처 = 필옵틱스)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유리 기판'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과 장비를 보유한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리 기판 제조의 핵심인 유리관통전극(TGV, Through Glass Via) 기술을 보유한 켐트로닉스와 필옵틱스가 강세다. TGV는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 통로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켐트로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0% 오른 3만 100원을 기록했다. 장 중 한때에는 3만 2,1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켐트로닉스는 국내 유일 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업체로, 대면적 유리 원장 식각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OSAT의 유리 기판 TGV 공정 프로젝트에 파트너사로 참여해 공정 기술력을 키웠으며, 현재 글로벌 고객사 및 해외 레이저 업체와 협력해 반도체 유리 기판용 TGV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박성순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켐트로닉스에 대해 "유리 기판 시장 개화 시 반도체 후공정 산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매출액 증가가 기대된다"라면서 "회사는 2026~2027년 양산을 목표로 레이저와 식각 기술을 응용한 TGV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필옵틱스 주가도 3.2% 오른 3만 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필옵틱스 주가는 올해 1분기 1만 원대에 불과했으나, TGV 장비 업체로 주목받으면서 지난달 상장 이후 최고가인 3만 7,750원까지 치솟았다.

필옵틱스는 그간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를 통해 유리 가공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장비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말 TGV 설비 개발을 완료했으며, 연내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고객사와 파일럿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켐트로닉스의 TGV 장비는 현재 공개된 장비 중 가공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필옵틱스에 대해 "회사의 반도체 TGV 장비의 상용화 가능성이 연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성공적인 진출 시 신규시장의 선제적 장비 대응이라는 점에서 올해 밸류에이션 상향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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