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비디아 H200' 수출 규제, MS와 엔비디아 상반된 견해… AI 반도체 '동상이몽'

미·중 반도체 전쟁의 '의존의 역설'

2025-11-24     정신영 기자
▲엔비디아 H200 (출처 = 엔비디아)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0에 대한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의 GPU 통제가 정상회담 이후로 유연해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반도체, 그중에서도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해왔다. 국가 간 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서 밀리면 끝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현 시대에 엔비디아의 GPU만큼  뚜렷하고 강력한 통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는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각 이해관계자들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출 찬성]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AI 칩 생산 부추겨"

출처 =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정부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AI 칩 생산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기업이 칩을 팔지 않으면, 중국이 언젠가는 직접 칩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찬성하는 이들도 중국이 계속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편이, 아예 관계를 끊고 스스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엔비디아가 중국 매출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발언은 과거 빌 게이츠나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가 주장했던 "과도한 고립은 상대를 독립시킨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수출 반대] 미국 클라우드 빅테크 "미국 내 공급 부족 해소가 먼저"

반면, 중국을 계속해서 강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만약 중국에 고성능 AI 칩을 넘길 경우, 첨단 기술의 발전이나 군사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치열한 AI 패권 경쟁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Gain AI Act'(미국의 국가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 및 혁신 보장법)를 지지하면서 수출보다는 자국 내 칩 공급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수출 보다는 미국 내 공급 부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이는 잠재적인 경쟁자인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들이 엔비디아의 수출을 막는 형국이다.

반도체 기술은 더 이상 성역이 아닌 '협상 카드'

출처 = Canva

이번 H200 수출 허용 검토는 기술 패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반도체는 건드려선 안 될 '안보의 성역'의 입장이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이 희토류나 핵심 광물을 통제하는 데 맞서 미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반도체가 맞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변화된 분위기는 마치 "우리가 칩을 넘길 테니, 너희는 광물을 내놔라"는 식의 큰 거래가 물밑에서 오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금지도 없다. 미·중 관계는 이제 일방적인 제재와 봉쇄를 넘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협상의 영역으로 진입한 듯하다. 반도체와 희토류는 서로의 약점인 동시에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의존과 통제 그 위태로운 줄타기 속에 놓인 반도체와 희토류의 균형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우리는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