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재창업 기업을 위한 '재도전의 날' 행사, 슬로건과 현실의 간극... '역차별' 논란까지
슬로건에 가려진 '빚의 굴레', 재도전 지원책의 실효성과 한계
1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재도전의 날' 행사가 '실패를 자산으로, RESTART THE SPARK'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높은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실패 기업'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는 재도전 기업들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헬스테크 스타트업 파리로엠엔비와 소상공인 분야 비트렌드가 참여해 재도전 사례 경험을 공유했다. 이들은 폐업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업에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으며,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전 재산을 잃는 실패 속에서도 모텔 청소부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야놀자'를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토리를 공개했다.
정부는 재창업자금 공급, 신용정보 블라인드 제도 도입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발표하며 기업들의 '재도약'과 사회 전반의 긍정적 인식 확산에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중기부는 재도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 공급(재창업자금, 재도약 펀드) △사업화 지원 △재창업 교육·멘토링 △제도 개선(신용정보 블라인드 제도 도입, 동종업종 재창업시 창업 인정요건 완화) 등에 힘써왔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창업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며 "정부는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의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도록 든든하게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 일부에서는 우수한 재도전 기업의 혁신 제품을 전시·시연하는 홍보부스와 재도전 과정 전반을 상담받을 수 있는 법률지원 및 멘토링 부스도 운영됐다.
정부 재창업 지원책, '빚의 굴레' 한계와 '역차별' 딜레마
'실패를 자산화한다'는 슬로건과 달리, 재도전 기업가들이 직면한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현장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되는 것은 첫 실패에서 비롯된 '부채' 문제다.
사업 실패 후에 발생하는 세금 체납, 대출 상환 압박, 밀린 급여 등 누적된 경제적 어려움은 재도전 의지 자체를 꺾는 핵심 요인이다. 이는 심리적 위축이나 업계의 부정적 시각보다 더 즉각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 난관이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도, 이러한 기존 부채를 직접 탕감해 줄 수는 없다. 이는 정부 지원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본격적인 자금 지원이나 정책 실행 이전에 '빚의 굴레'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선결 과제가 남아있다.
동시에, 재도전 지원 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최초 창업 기업이든 재창업 기업이든 동일한 출발선에서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도전 기업에만 편중된 지원은 성실하게 사업을 준비하는 최초 창업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 '평등을 위한 차별적 지원'이라는 정책적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재도전의 날' 행사는 실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긍정적 의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구호나 슬로건 이전에, 실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창업가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슬로건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재도전 생태계 활성화의 진정한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