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으로 도박, 펀드는 깡통' 한투증권, 이재명 정부 심판대 오른다

-잇단 대형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총체적 붕괴 비판...'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1호 제재 대상 되나' -벨기에 펀드 '전액 손실' 투자자 시위...금감원장 "내부통제 위반시, 합의된 민원도 배상 재조정" 초강수 -직원 수억대 횡령·도박 후 사망...8조 자본 확충에도 IMA 인가 '적신호', 김성환 사장 연임 '가시밭길'

2025-11-10     황환열 기자
출처 =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부동산 펀드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남지점 직원의 수억원대 횡령 및 도박 사건까지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도입한 '책무구조도'의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이은 대형 사고로 김성환 사장 등 경영진이 당국의 1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투증권의 핵심 사업인 종합투자계좌(IMA) 인가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원금 전액 보상하라" 벨기에 펀드 피해자들, 금감원 앞 시위

사진 = 인베스트

사건의 발단은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 펀드(벨기에부동산펀드)'의 100% 원금 손실 사태다.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신탁 피해투자자 대책모임'은 지난 6월 19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투증권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한투증권 등 판매사들이 2019년 펀드 판매 과정에서 '유럽의 안정적 오피스 자산'이라고만 소개했을 뿐, 선순위 대출 미상환 시 자산이 강제 매각될 수 있다는 핵심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펀드는 현지 자산의 강제 매각으로 투자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시위에 참석한 한 고령의 투자자는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사가 실적을 위해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속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한투증권이 제시한 20~50% 수준의 보상안을 거부하며 △공식 사과 △원금 전액 회복 △금융당국의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금감원장 "내부통제 위반 확인 시, 합의된 민원도 배상 재조정"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도 직접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경영진 민원상담 Day'를 통해 벨기에펀드 피해 민원인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찬진 원장은 "상품설계와 판매 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현장검사 결과 (한투증권의)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이미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미 70% 이상의 투자자와 보상 절차를 진행 및 완료했다"는 한투증권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다. 금감원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이미 보상에 합의한 투자자들의 사례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횡령에 도박까지...'내부통제 부실' 반복되는 한투증권

출처 = Pexels

벨기에 펀드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투증권 강남지점 직원 A씨가 고객 돈 수억 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으로 탕진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A씨는 범행 후 잠적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순 개인 일탈로 보지 않는다. 고객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내부 감시 및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투증권의 내부통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5조 7천억 원 규모의 회계오류 정정으로 금감원 '주의' 조치를 받았고, 4월에는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해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상반기 회계오류, 사모펀드 제재에 이어 벨기에 펀드 사태와 직원 횡령까지 터지며 내부통제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김성환 사장 겨누나

잇따른 금융사고는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와 맞물려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직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지난 7월부터 도입한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린다. CEO를 포함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문서화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해당 임원에게 책임을 직접 묻는 제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불완전판매 차단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책무구조도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투증권 사태가 이 제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부통제 실패가 명백히 드러날 경우, 김성환 사장이 당국의 제재를 받는 첫 CEO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IMA 인가 '빨간불'... 김남구 회장 책임론까지

누적된 리스크는 한투증권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IMA 인가 심사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1차 IMA 사업자를 지정할 계획이며, 한투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이를 위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9월 한투증권에 9천억 원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자기자본을 8조 원대로 맞췄다. 하지만 IMA 인가의 핵심 평가 항목은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체계'다. 연이은 사고로 내부통제에 '낙제점'을 받은 상황에서 당국이 인가를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 리스크도 현실화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성환 사장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연임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성과는 인정하지만 내부통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에는 "한투증권 거래를 중단하겠다",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벨기에 펀드 사태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등 그룹 총수 책임론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연이은 겹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한투증권이 금융당국의 심판대 위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한투중권 관계자는 이번 의혹 등 사태에 대한 수차례 질의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