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VC 스타트업 - 모든 스타트업 관계자를 위한 교과서
책의 제목이 묘하다.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일하는 벤처캐피탈(VC)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VC가 되었다는 의미일까. 잠시 호기심이 생겼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제목에 대한 상상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의 본질은 제목의 해석에 있지 않고, 그 내용이 완벽한 '교과서'라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사업의 본질이 아닌,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겪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힘들어할 때다. 아무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수많은 용어와 복잡한 문서들 앞에서 작아지는 대표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모른다고 말하기는 자존심이 상하고, 아는 척 넘어가기엔 불안한 그 막막함.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스타트업에게 든든한 무기가 되어준다. 창업과 투자의 양면에서 알아야 할 모든 용어와 고려사항, 투자의 메커니즘과 계약의 세부 구성까지, 빠진 것 없이 모두 담아낸 진정한 의미의 교과서이다.
물론 요즘 세대가 책을 예전만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필수다. 단편적인 정보 조각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한 권의 책이 주는 체계와 구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책에는 목차가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논리와 원칙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별 지식이 아닌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각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바탕에 깔린 원칙적인 생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용어 사전이 아니라, 적절한 케이스까지 곁들여져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책의 구성 또한 매우 논리적이다. 먼저 VC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 그들 내부의 메커니즘에서 시작해 밸류에이션, 계약, 엑시트(Exit, 투자회수)의 방법인 IPO와 M&A까지 투자자의 시선으로 실무를 꼼꼼히 짚어준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텀시트(Term-sheet, 계약이행각서)를 포함한 모든 문서와 그 안을 채우는 계약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이 모든 과정과 문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안에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자료들까지 꼼꼼하게 챙겨 놓은 것은 물론이다.
결국 투자 계약이란 제로섬(zero-sum) 게임의 속성을 일부 가지고 있다. 계약의 한 구성원에게 더해지는 플러스(+)는 다른 구성원에게는 마이너스(-)를 의미하는 상관관계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계약서에 서명하는 양쪽 모두가 그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VC를 이해하고 싶어서, 혹은 VC가 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면 VC에게서 투자를 잘 받고 싶어서. 어떤 이유이든 상관없다. VC를 둘러싼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 본질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스타트업과 VC, 양쪽은 서로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이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99%의 스타트업이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그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모두에게 가장 기본이 되어줄 단단한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