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편중 벤처투자 균형 맞춘다... 강원·부산·충남서 스타트업 위한 '지방시대 벤처펀드' 본격 가동
국내 벤처투자의 70~80%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스타트업은 성장 기회를 놓치고, 유망 기업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를 지방으로 확산하기 위해 '지방시대 벤처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강원특별자치도(강원도)·충청남도(충남)·부산시·경상북도(경북) 4곳을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강원·충남·부산이 세부적인 펀드 결성과 운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역별 전략산업을 기반으로 한 펀드 조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바이오·수소·기후테크... 강원, 1,500억 규모로 신산업 투자 본격화
중기부는 지난 23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1,056억 원 규모의 '강원 전략산업 벤처펀드' 결성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 바이오, 수소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푸드테크, 첨단 방위산업, 기후테크 등 7대 전략산업이다.
이번 펀드는 모펀드 형태로 마련되며, 오는 10월부터 외부 민간자금을 끌어와 총 1,5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모태펀드 600억 원에 강원도와 7개 기초지자체(춘천·원주·강릉·태백·삼척·홍천·횡성), 농협은행이 456억 원을 더하는 방식이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관광·레저 중심지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춘천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원주 의료기기 특화단지, 강릉 반도체 소재 기업 유치, 수소에너지 실증 프로젝트 등 산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기후테크 분야 스타트업 지원과 레저산업과 연계한 모빌리티 혁신 프로젝트는 강원 특화산업과 벤처투자가 결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강원도는 관광지 이미지를 넘어 첨단 전략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라며 "7대 미래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 기회를 얻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펀드를 통해 기업이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에 생명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라며 "건실한 기업에 투자하면 기업은 성장하고 투자자는 더 큰 배당을 얻는다. 지자체와 정부, 기업이 함께 잘 사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충남·부산·경북, 벤처펀드 결성... 지역 특화 산업 스타트업 키운다
충남은 1,011억 원 규모의 '기업성장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선배기업 11개 사가 총 60억 원을 출자해 후배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으며, 혁신기술·청년창업·탄소중립 산업·바이오헬스·모빌리티 등 유망 분야에 집중 투자해 지역 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부산 혁신 스케일업 벤처펀드'를 공식 출범했다. 모태펀드 600억 원과 부산은행 등 지역 자금을 더해 1,011억 원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약 2,000억 원 규모의 자펀드를 순차적으로 결성할 예정이다. 투자 대상은 부산이 지정한 9대 전략사업(디지털 테크, 에너지 테크, 바이오 헬스, 미래 모빌리티, 융합 부품소재, 라이프 스타일, 해양, 금융, 문화 관광)과 스마트 차세대 제조기업, 기업가형 소상공인 등이다. 특히 수도권 및 글로벌 벤처캐피털(VC)과 연계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개방형 모델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경북 역시 '지방시대 벤처펀드'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1,000억 원 규모 모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은 "지방에서도 벤처·스타트업에 두터운 투자 기회가 주어지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