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글로벌 창업 플레이어 축제 'Try Everything 2025', AI가 융합된 스타트업 생태계 현장
언어의 장벽은 AI에게 맡기고, 비즈니스의 본질에만 집중한 글로벌 네트워킹 현장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트라이 에브리싱 2025'(Try Everything 2025) 행사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비롯해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 대기업 등 창업 생태계의 주요 주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PT 세션과 토론에서 발표자의 목소리와 함께 여러 언어의 통역이 실시간으로 제공됐으며, 전문 통역사가 부스에 앉아 동시통역을 하던 자리를 인공지능(AI)이 대신했다.
영어는 물론 다채로운 언어를 지원하는 AI 통역은 사용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놀라운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특정 목적의 언어 데이터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문서 처리 전문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던 스타트업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범용성을 갖춘 AI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이 기술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완성도 높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행사장의 여러 세션 중에서도 AI를 하드웨어, 알고리즘, 데이터로 나누어 분석하는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AI의 출현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존 산업에 위협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를 가늠하게 했다.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이제 무엇을 버리고 가져가야 하며, 또 무엇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법적·윤리적 문제가 항상 따라온다. 특히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소유권과 개인정보보호, AI의 윤리적 판단 기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1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모이고, 국내외 투자자와 AI 전문가, 여러 나라의 관계자들이 발표자로 나선 이번 행사는 이름 그대로 실행과 연결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행사장 전체 공간의 대부분은 전시를 위한 부스가 아닌, 미팅을 위한 부스와 데스크로 채워졌다. 행사장 어디를 둘러봐도 구경꾼은 없었고, 화려한 볼거리 대신 실질적인 만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국가별 부스와 스타트업 존에서는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고, 국내외 투자사들은 별도의 미팅존에서 쉴 틈 없이 스타트업들을 만났다. AI와 같은 기술 주제별 토론 세션이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표 세션 역시 실제 창업가와 현지 전문가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이론적인 설명이 아닌,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교훈과 네트워크를 공유했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이번 행사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AI 시대의 스타트업 지원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의 틀로 전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AI라는 주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해야 한다.
결국 'Try Everything'이라는 행사명은 현장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완성된 결과물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고 글로벌이라는 운동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라는 격려와 같았다. AI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그 시간에 인간은 더 본질적인 '연결'과 '협력'에 집중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번 행사 현장에서 목격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까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