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2025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 중국 기업 공세적 VS 국내 기업 신중 모드

'해외 직구'와 'AI', 생존과 고민의 현장

2025-09-15     서동욱 기자
사진 = 인베스트

지난 9월 11일부터 3일간 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는 관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K-라이프스타일 페스타, Kor-CON이 동시에 개최되며 이커머스 사업자(셀러)들을 위한 상품 소싱부터 판매, 마케팅, 물류까지 전 과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현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젊은 사업자들의 열기로 가득했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복잡한 현실과 고민이 녹아 있었다.

'한국 이커머스 셀러 잡아라' 중국 기업 대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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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의 주인공은 단연 이커머스 셀러들이었다.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상품 소싱, 포장, 물류, 창고, 결제 등 이커머스 사업의 전 단계를 지원하는 전문 서비스와 솔루션, 플랫폼 제공사들이 대거 부스를 차렸다. 특히 여러 판매 채널에 상품을 효율적으로 노출하고 관리하는 통합 운영 서비스와 AI를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 생성, SNS 운영 대행 서비스 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플랫폼도 부스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영업과 상담을 진행하며 셀러 유치에 나섰다.

세미나 역시 철저히 이커머스 셀러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됐다. AI를 활용한 상세페이지 제작, 성공적인 라이브 커머스 전략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주제의 강연들이 이어졌고, 모든 분야에서 'AI'는 빠지지 않는 핵심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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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전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흐름은 '중국'이었다. 글로벌관은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세계적인 잡화 도매시장인 '이우'와 중국 북부 최대 물류 및 도매시장인 '린이'의 제조업체들이 직접 부스를 차리고 한국 셀러들을 맞이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중국 공급망의 지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회에 참여한 다수의 서비스 역시 중국 상품을 사입하거나 구매 대행하는 셀러들을 위한 것이었다. 저렴한 중국 제품을 소싱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여전히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한 축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사업자들이 주를 이루는 현상과 맞물린다. 이들은 직접 해외 직구를 실행할 수 있는 세대이기에, 복잡한 과정을 대행해주는 전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공격적 행보와 대조'… 국내 이커머스 강자 네이버·쿠팡,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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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국내 주요 플랫폼들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토스의 경우, 핵심 사업인 금융 서비스와는 무관하게 '토스 쇼핑'이라는 한정적인 서비스만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신규판매자 확보에 집중하면서도 전시회 참가사 다수가 주목한 해외 구매대행 관련 사업과는 거리를 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더 큰 아쉬움은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진정한 강자인 네이버와 쿠팡의 사실상 부재였다. 이들은 최소한의 스폰서 형태로만 참여했을 뿐, 생태계의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함께 호흡하고 미래를 논의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대기업들이 생태계 구성원들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단순한 시장 지배자를 넘어, 국내 셀러들과 동반 성장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박람회는 AI 기술의 발전과 국경 없는 유통 환경 속에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급망을 어떻게 활용하고 경쟁할 것인가, 그리고 플랫폼 대기업들은 어떤 역할과 책임으로 생태계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현장에서 만난 젊은 사업자들의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이 질문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