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정부, 피지컬 AI로 'AI 3대 강국' 도전… "미국 관세에 경쟁력으로 맞대응"
피지컬 AI가 전통 제조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부가 피지컬 AI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단위 사업화에 앞서 실증 테스트 중심의 거점 조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에 나간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조치에 맞대응 하려면 피지컬 AI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 강국 한국, 피지컬 AI 선도국으로 도약할 기회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 공간을 직접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판단·행동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이다. 제조업, 물류, 의료, 지능형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아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로봇과 결합된 피지컬 AI 시대를 예고하며, 글로벌 로봇·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중심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서 독자적인 피지컬 AI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제조업계의 최대 현안인 미국의 관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는 것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AI 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관세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확보하면 해외 제조업에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수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은 "독보적인 피지컬AI 기반 자율제조 기술과 인프라를 갖춘다면 세계적인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을 거쳐 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피지컬 AI에 6조 투자… 글로벌 'AI 3강' 도약 선언
현재 전 세계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국 정부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 정부도 피지컬 AI 분야 집중 육성을 통해 한국을 글로벌 'AI 3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에는 'AI 3강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올해 3조 3,000억 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피지컬 AI 분야에만 총 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등 제조업에 피지컬 AI를 적용해 '산업 AI 전환(이하 AX) 사업'을 가속화하고, 2030년까지 AI가 공정 전체를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AI 팩토리' 500개를 구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생산성은 30% 높이고, 제조비용은 2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거점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AX 관련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을 통해 지역별 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나아가 AX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AI 산업 선도 지역 경쟁 본격화... 지역별 전략 비교
정부는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위해 전북, 경남, 광주, 대구를 AI 산업 선도 지역 후보로 지정해 지역별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은 산업 구조와 강점을 바탕으로 피지컬 AI를 적용하며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전북은 'AI 팩토리 테스트베드'를 앞세워 국내 제조업 혁신의 전초기지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 탄소소재 등 지역 주력 산업에 피지컬 AI를 통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며, 앞서 확보한 추경 예산 229억 원과 지방비·민자 153억 원을 기반으로 이미 기계·부품·소재 기업 실험을 시작했다.
경남은 기계·조선 중심의 중공업 산업 구조에 피지컬 AI를 접목한다. 대형 장비와 선박 생산 과정처럼 복잡하고 긴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창원국가산단을 거점으로 글로벌 스마트 제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광주는 국가 AI 집적단지와 연계해 로봇·모빌리티 분야 융합 실증을 강화한다. 자동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 전기차와 AI의 결합 모델을 추진 중이고, 향후 에너지·도시 인프라와 연계한 지능형 공공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대구는 의료·바이오와 자동차 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를 적용한다.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 AI를 결합해 의료제조 혁신을 추진하고, 자동차 부품 기업에는 공정 최적화를 위한 AI 제어기술을 실증하며 '의료+제조 융합 허브'로의 도약을 노린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전 분야 AI 대전환을 강조하다 보니, 지자체 간 과열 경쟁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자체는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역점 사업을 새 정부 기조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나 AI 같은 첨단 산업은 겉은 화려하지만 고용 등 파급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각 지역의 산업 구조와 특성에 맞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육성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피지컬 AI 관련 예산의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전주시병 의원은 내년 예산안에 전북 AI 팩토리 사업 예산이 400억 원으로 편성된 데 대해 "AI는 6개월이 한 세대인 만큼 이를 압축하여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1,100억 원을 증액해 내년에 최소한 1,500억 원의 긴급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