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실물 경제까지 스며든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주도권 경쟁 본격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 급물살

2025-08-27     황환열 기자
출처 = 토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 회피 수단을 넘어 국제 송금·결제·기업 자금 관리 등 실물 경제로 확장하고 있다. 토스 금융 전문 연구기관 토스인사이트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는 고인플레이션 여파로 소액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1년 사이 두 배 증가했고, 튀르키예에서는 연간 구매액이 380억 달러(약 52조 원)로 GDP의 4.3%를 차지할 만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5년 5월 기준 약 2,380억 달러(약 320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서클과 글로벌 금융사 비자·스트라이프는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제 회피' 테더 vs '제도권 포용' 서클… 생존 전략 갈렸다

출처 = Canva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맹주인 가상자산 발행사 '테더'와 '서클'은 8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양사의 생존 전략은 극명하게 갈린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1위 테더는 규제를 회피하며 공격적인 준비금 운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거나 담보대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테더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2배가 넘는 13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준비금이 실제 발행량만큼 존재하는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투명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클은 '규제 준수'를 전면에 내세우며 테더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클은 초기단계부터 뉴욕주의 '가상자산 사업 라이선스'(BitLicense)를 획득하고, 준비금 운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결제 기업 '비자'(Visa), 글로벌 금융 인프라 플랫폼 기업 '스트라이프'(Stripe) 등 기존 금융 강자들과 손잡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 구축도 추진 중이다. 

비자와 스트라이프는 독자적인 생존 전략도 펼치고 있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인프라 효율화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카드사 간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는 테스트를 진행하며, 단순 결제 정보 중개를 넘어 최종 정산까지 사업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스테이블코인 스타트업 '브릿지'를 인수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즉각적이고 저렴한 국경 간 결제·송금 서비스를 강화하고, 'Web 3.0'(차세대 인터넷 기술) 시장으로의 생태계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 시장도 '꿈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급물살

출처 = Pexels

글로벌 시장의 격변 속에 한국 금융권도 더는 스테이블코인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관련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환율 안정 등을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해외 송금 및 지급결제 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컨소시엄 기반의 공동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관리 감독이 용이한 은행권을 중심으로 먼저 시작하고, 발행 주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스인사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산업 가치사슬 내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이나 신탁 구조를 기반으로 발행할 경우, 기존 규제 체계를 활용해 투명성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정성·유동성'이 관건

출처 = Pexels

토스인사이트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국제 송금 및 결제, 기업 재무 관리 등 실물경제 영역까지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거래소의 24시간 운영', '빠른 거래 속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 등을 기존 금융 시스템이 가진 비효율성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가치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확고한 신뢰를 구축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장자산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시장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사소한 균열조차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의 1달러 페깅이 무너지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LUNA)의 가치까지 99% 이상 폭락시킨 사건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준비금의 투명성을 완벽하게 확보하고, 어떠한 대규모 환매 요구에도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