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이재명 정부, 중대재해 채찍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적용… 기업 활동 악순환·연기금 만능주의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책임 활동에서 더 나아가, ESG 리스크 관리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행보에 경제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을 회생불능으로 만들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등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연기금 만능주의 논란도 재점화될 조짐을 보인다.
금융당국, 중대재해 이슈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 추진… 투자자 보호 강화 목적
금융당국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나섰다. 기관투자자의 주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중대재해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중대재해에 대한 행정 제재 및 처벌이 강화될 경우, 기업의 리스크가 커지므로 금융 부문이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한국거래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BNK금융그룹,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신용정보원, 한국ESG기준원, 한국평가데이터 등 관계기관이 참석했다.
논의된 주요 대응 방향을 보면,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투자자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공시 체계를 구축하고, ESG 평가 중 '사회(S)' 항목을 통해 중대재해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고려·점검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중대재해 관련 요소를 포함하고 ESG 주가지수 개선 및 홍보를 통해 ESG 우수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 위주로 구성된 ESG지수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에게 투자 관련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ESG 지수의 개선·홍보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대영 부위원장은 "중대재해 예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리스크의 원천적 축소를 위한 금융권의 노력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규대출의 경우 여신심사시 금리·한도 등에, 대출약정시 한도대출 한도축소·인출제한 사유 등에, 만기 연장 시에는 금리·한도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시설개선 자금과 안전 컨설팅을 지원하고 우수인증기업과 고평가 등급 기업에는 금리·한도 우대를 제공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다.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원칙과 기준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2018년 7월 해당 제도가 마련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회사의 중장기적 발전을 유도하고,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 증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과 경제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한다.
적용 대상은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이들의 주주활동을 지원하는 의결권 자문기관, 투자자문사 등이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를 점검하고 우려사항이 발견되면 투자대상회사와 적극 대화하는 등 주주활동을 통해 수탁자로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총 7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부내용에는 △수탁자(기관투자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의무 △이해상충 방지 정책 제정·공개 의무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와 의결권 행사내역 및 그 사유 공개 △고객과 수익자에게 의결권 행사·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주기적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이 포함된다.
◆ESG, ESG 지수, ESG 주가지수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결합된 용어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노력, 사회적 책임 이행,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괄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가치 창출에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ESG 성과를 측정해 지표화 한 것이 'ESG 지수'다.
ESG 지수는 주식 시장에도 활용되는데, 이를 'ESG 주가지수'라 부른다. KRX ESG Leaders 150,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S),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KRX ESG Leaders 150'은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한국ESG기준원 ESG 지수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15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범위 ESG 확대 추진에 우려 목소리 고조… '연기금 만능주의' 경계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재명 대통령의 ESG 경영 제도화 관련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당시 시장 참여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과 내실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통한 기업의 장기적 성장 유도'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선 과도한 사회적 규제라는 지적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이 본업에 대한 투자보다 규제 준수에 더 많은 재원을 할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신규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고 예방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과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기금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방대한 자산 규모와 시장 영향력이 시장 자율성을 저해하고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 연기금이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중대 산업 재해에 엄중한 태도를 취하며 강력한 채찍을 꺼내고 있다. 올해만 2번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매뉴얼 준수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건설면허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으며, 지난달에는 SPC 삼립 시흥 공장을 방문해 사망 사고 방지 대책에 논의하고 "같은 현장에서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