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딥테크 컨버전스 네트워킹 데이, 스타트업 생존 공식은 '기술' 넘어 '응용 AI 사업화'

'2025 제2회 상생포럼 Deep Tech Convergence Networking Day'를 가다

2025-08-21     서동욱 기자
사진 = 인베스트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상생포럼 '딥테크 컨버전스 네트워킹 데이'(Deep Tech Convergence Networking Day)가 개최됐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시스템반도체, 로봇,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양자, 사이버보안 등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주관 기관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번 포럼은 일반적인 데모데이와 마찬가지로 기술 발표, 기업 전시, 투자 유치(IR),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생태계의 선순환과 실질적인 투자 연계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행사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존과는 사뭇 달랐다. 

참가 기업들은 화려한 연출이나 대중적 서비스 소개 대신, 고도화된 전문 용어를 사용한 심도 깊은 전문 기술 발표와 연구 성과 공유에 주력했고, 각 분야 전문가와 투자 심사역들로 구성된 청중들은 스타트업이 발표하는 딥테크 기술 깊이와 잠재력을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 

소부장에 얹어진 AI, 이제는 '필수' 경쟁력

출처 = Canva

행사의 중심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스타트업들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벤처캐피털(VC)의 주요 투자 분야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 눈에 띄었다. 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자사의 핵심 기술에 AI를 접목해 공정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등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는 더 이상 AI가 하나의 독립된 기술 분야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제 AI는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모든 기술 위에 얹어져야만 비로소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기반 기술'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AI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접목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추가된 셈이다.

응용 AI의 부상,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진 = 인베스트

AI 분야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방대한 양의 논문과 자료를 조사하고, 실험 데이터를 정리 및 처리하는 등 과거 연구원들이 직접 품을 들여야 했던 작업들을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며 연구 속도와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특히 AI 기술 발표 세션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생성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뤼튼'과 같은 전문 기업 외에도, AI를 각자의 도메인에 녹여낸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바이오, 신약 개발, 콘텐츠 제작 등 이종 산업과 결합한 AI 기술들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중 콘텐츠 분야의 '트위그팜'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영상 콘텐츠를 시나리오, 자막, 더빙 등 다양한 형태로 손쉽게 재구성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것을 넘어, '해당 기술로 어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기초 기술 그 자체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기반으로 어떤 구체적인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 사업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 된 것이다. 이번 '상생포럼'은 기술의 깊이와 사업의 논리가 치열하게 충돌하고 융합하는 최전선의 현장이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수많은 기술들이 과연 시장의 냉정한 선택 속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