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대기업·스타트업 아우르는 전방위 경제 동맹 본격화... 디지털·첨단산업·에너지·공급망·스타트업 생태계까지

2025-08-14     황환열 기자
출처 = Freepik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럼(To Lam) 공산당 서기장의 방한을 맞아 양국 정부부처와 기업이 만나 경제·혁신 협력을 전면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디지털·첨단산업·에너지·공급망 등 미래 산업에서의 대기업 협력은 물론,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민관 네트워크까지 강화하며 '아세안 혁신 거점'으로의 도약을 모색할 계획이다. 

에너지·조선․첨단소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협력 기반 확장... 총 52건 MOU 교환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과 베트남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협력 시대 도약을 위해 "함께 성장하고, 함게 나아가는 전략적 동반자"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베트남 재무부가 공동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주한베트남대사관이 공동 주관하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또럼(To Lam) 당 서기장의 방한에 맞춰 마련된 경제행사로, 한국 측에서는 삼성전자·SK이노베이션·LG CNS 등 주요 기업과 정부 관계자 300여 명이, 베트남 측에서는 부이 타잉 썬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응우옌 재무부 장관, 국영·민간기업 대표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이래 지속적으로 교류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양국 교역액은 1992년 5억 달러에서 작년 867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현재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년 연속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한국 역시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누적 925억 달러)으로, 현재 약 1만 개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서 활동 중이다.

포럼에서는 디지털, 첨단산업, 공급망, 에너지 등 4대 분야 협력 사례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들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클뿐 아니라 양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라며 "포럼을 통해 그동안 양국이 쌓아온 두터운 우정을 바탕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도출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민간 경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도 이뤄졌다. SK이노베이션 E&S, 효성중공업, KT, 한전KDN, 한국관광공사 등 44개 국내 민관과 34개 베트남 민관이 참여해 에너지, 조선, 항공에서부터 AI, 첨단소재,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응우옌 반 탕 베트남 재무부 장관은 "전자·첨단기술·자동차·에너지·금융·서비스·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고급 인력 양성, 기술 이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까지 협력을 넓혀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코스포, 베트남 NIC·DISC와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 강화

출처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양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핵심 기관도 한 자리에 모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지난 11일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베트남 국가혁신센터(Vietnam National Innovation Center, 이하 NIC)와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지영 코스포 상임이사, 이현재 코스포 대외정책분과위원장(예스퓨처 대표), 부 꾸옥 후이 NIC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NIC 측은 한국 스타트업 지원정책, 네트워킹 플랫폼, 글로벌 진출 지원 사례 등에 대해 질의하면서 향후 한국 스타트업을 현지 행사에 초청하고, 공동 프로그램을 제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코스포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과 해외 네트워킹 프로그램 '코스포 비즈니스 트립'을 소개했으며, 베트남 진출 스타트업 사례로 예스퓨처가 운영하는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를 위한 개인 맞춤형 비자 관리 및 대행 서비스 '비비자(VIVISA)'를 공유했다. 

이번 협력은 같은 날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과 맞물려 더욱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확대와 투자 활성화,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스타트업 분야 협력 역시 경제 동맹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최지영 코스포 상임이사는 "이번 만남은 한국-베트남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과 국내 시장 내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코스포는 지난달 30일 베트남 다낭 혁신창업지원센터(DISC)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는 인재 역량 강화, 교육 및 베트남 시장 진출 지원, 공동 투자,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협력 등이 포함됐다. 양측은 정책 교류와 규제 개선 정보 공유를 통해 양국 창업 환경 개선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코스포는 DISC와의 협력이 베트남 중부권을 기반으로 한 아세안 시장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시장은 여전히 스타트업의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베트남은 젊은 인구 구조와 빠른 디지털 전환,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아세안의 혁신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베트남이 혁신 생태계 협력을 본격화하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