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금융권, 'AI 대전환'에 사활… 은행 창구부터 스타트업 협업까지
인공지능(AI)이 금융권의 미래 생존을 건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신한·KB·우리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일제히 'AI 대전환'(AX)을 하반기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내걸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각 금융그룹 회장들이 직접 나서 AI 리더십을 강조하는 한편, 일선 은행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한 실질적인 서비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 생태계 전반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빨라지는 중이다.
'AI 전환 총력전' 금융그룹 수장들, 직접 나서 'AI 리더십' 강조
금융그룹 회장들이 AI 전환기를 '생존을 좌우할 중대한 시기'로 규정하고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일 '2025 하반기 경영전략포럼'에서 "AI 기술 전환기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며 그룹사 전반의 AI 내재화와 민첩한 실행을 주문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를 실무에 접목해 전사적 실행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역시 지난 11~12일 이틀간 진행된 하반기 경영진 워크숍에서 AI를 4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양 회장은 "AX 시대는 위기인 동시에 KB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새로운 기회"라며 "고객 중심 철학과 금융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로 AI 시대의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목표에 발맞춰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전 계열사에 적용 중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8일 경영진을 대상으로 'ChatGPT 실습 연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AI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아닌, 전 임직원이 새로운 언어처럼 활용해야 할 모두의 AI"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행 중심의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창구·상담 현장까지 파고든 '실용 AI'
금융그룹 차원의 거대 담론은 각 계열 은행들을 통해 실제 업무 현장으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직원용 AI 업무비서 'AI ONE'에 생성형 AI 기반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탑재했다. 방대한 은행 업무지식을 AI가 학습해 고객 상담과 직원 업무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이 고객 상담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은행 업무 규정, 상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생성형 AI 상담 챗봇'을 현장에 배치했다. 실제 고객 응대 현장에서 정보 접근성을 높여 상담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AI 뱅커'(AI 상담 서비스), 'W-Sketch'(3D 콘텐츠 제작 도구), 'AI 지식 상담 시스템'(내부 지식 자동 응답 시스템) 등 현장 중심의 AI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도입하며 현장 기반 AX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망 AI 스타트업 찾아 나선 금융사
금융권의 AX는 자체 기술 개발을 넘어 외부의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혈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바로 그 통로다.
KB금융은 지난 8일 'KB스타터스' 스타트업 30개 사를 선정했다. 'KB스타터스'는 KB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누적 394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약 2,5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단순 지원을 넘어 공동 사업화와 계열사 연계를 강화하며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신한은행은 '피노베이션 챌린지'를 통해 지난 10일 혁신 금융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6개 기업을 선발했다. '피노베이션 챌린지'는 신한은행이 서울시와 손잡고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6개 스타트업은 신한그룹 계열사와 함께 실제 금융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혁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AI 기술을 현장에 실질적으로 녹여내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역시 AI 에이전트, AI 은행원 등에 대한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을 확대하며 금융권의 기술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금융권의 생존을 건 AX가 본격화되면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게도 전례 없는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