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2025 글로벌 스타트업 서밋 "글로벌 진출 출발점은 정부, 성공의 열쇠는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의 낭만과 '현지 생존'이라는 처절한 현실
오랜만에 스타트업들의 성지,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를 찾았다. 오늘의 행사를 주관하는 곳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관문을 품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글로벌이라는 말처럼 달콤하고 또 막막한 말이 없다"
이날 현장에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행사장에는 싱가포르 현지 전문가가 직접 참석해 해외 시장 진출의 실질적인 어려움과 극복 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낯선 환경에서 첫 발을 내디뎠던 경험을 떠올리는 동시에, 화려한 발표 자료와 장밋빛 청사진 뒤에 숨겨진 막막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연사는 "처음 잡아주는 그 손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 느낌을 알기에 이런 자리가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진출의 시작은 거창한 전략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현지 법무사나 세무사 등 실질적 조력자를 만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 '믿을 만한 조력자'를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의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 다만, 이들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니다. 어떤 담당자를 만나느냐가 초기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정보는 발품을 파는 만큼, 그리고 나의 간절함이 닿는 만큼 얻을 수 있다.
정부 지원은 계단일 뿐, 글로벌 진출 성공 여부는 스타트업의 몫
이번 세션의 핵심 메시지는 후반부에 있었다. 연사는 "정부 기관이든, 현지 파트너든, 그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딱 시작할 때까지다"라며 "어느 순간 도와주는 이들의 한계가 느껴질 것이다. 바로 그때부터가 여러분의 독립 사업이 가능한 단계가 되는 것이고, 진짜 '생존'의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해외 진출의 본질을 꿰뚫는다. 정부 지원은 첫걸음을 떼게 해주는 계단이지, 정상까지 데려다 주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다. 결국 현지 시장에서 나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설득하고, 매출과 수익이라는 숫자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오롯이 창업가와 팀의 몫이다.
세션이 끝나고 캠퍼스를 나서며 집중해서 강연을 듣던 창업가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의 눈에는 '글로벌'이라는 꿈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부디 그들이 오늘의 이 현실적인 조언을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낭만만으로 떠난 길의 끝은 처절한 실패가 기다릴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 역시 '실력'임을 말이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진출 진입장벽 '상식의 배신'
많은 창업가들이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상식의 배신'이다. 한국에서는 공기와도 같았던 것들의 부재를 깨닫는 순간이다.
초고속 모바일 네트워크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무수한 현지 포맷의 서류들을 그 나라 공무원들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처리하는 일은 예상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라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이 며칠, 몇 주가 걸리는 경험은 다반사다.
여기에 '텃세'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그것이 현지 인맥이든, 중국의 '꽌시'(关系)든,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진입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이 장벽 앞에서 수많은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좌절의 쓴맛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