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배터리] 리튬 대체 '나트륨 이온 배터리'(SIB) 급부상… 국내 SIB 관련주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솔루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개와 더불어,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개발 소식이 이어지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리튬 대체재로 각광받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SIB)
나트륨 이온 배터리(Sodium-ion Battery, SIB)는 원자재 가격 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 해소 측면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주요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나트륨은 바닷물과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해 리튬 대비 공급 제한이 거의 없으며,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나트륨은 지각에서 6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지각 내 나트륨의 평균 농도는 약 2만 3,600ppm(2.36%)이다. 이는 리튬(20ppm) 대비 약 1,180배에 달한다. 나트륨 1톤을 추출할 때 사용되는 물의 양도 리튬의 68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지면서도 보다 경제적인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SIB는 리윰 이온 배터리 대비 최대 24%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온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력과 안전성도 강점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영하의 온도에서 성능 저하가 두드러지지만, SIB는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낮은 에너지 밀도와 수명은 단점이다. 최근 2세대 제품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유사한 175Wh/kg 수준까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는 한참 떨어진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SIB 시장 규모는 2025년 6억 7,000만 달러에서 2030년 20억 1,000만 달러로 3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24.7%에 달한다.
글로벌 SIB 경쟁 격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 공개
중국, 유럽, 미국 등 주요국의 선도 기업들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SIB)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중국의 CATL로, 2025년 4월 세계 최초로 2세대 양산형 SIB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낙스트라는 175Wh/kg의 에너지 밀도, 10,000회 이상의 충전 사이클, -40°C~70°C의 폭넓은 작동 온도를 자랑한다. 특히 승용차용 EV 배터리는 -40°C에서도 90%의 사용 가능 전력을 유지하며, 소재 차원에서 연소 위험을 제거해 안전성도 크게 강화했다. CATL은 지난해 10월 SIB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혼합한 AB 배터리 시스템도 선보였으며, 올해 12월부터 SIB 대량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CATL 외에도 중국 기업 BYD, 하이나배터리(HiNa Battery), 피이론테크(Pylontech) 등이 SIB 시장에 진출했다. BYD는 자사의 독자 브랜드인 '블레이드(BLADE) 배터리' 기술을 SIB에 적용했으며,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2.3GWh급 ESS를 영국에 공급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을 개선시킨 것으로, 열과 충격에도 안전하게 설계됐다.
하이나배터리는 지난해 1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JAC 그룹과 협력해 SIB를 탑재한 전기차 '이웨이'를 선보였으며, 같은 해 6월에는 SIB가 적용된 50~100MWh 규모의 대형 ESS 장치를 중국 후베이성에 설치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SIB 솔루션 '하이싱'(Haixing)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제품군은 K150, K210, K280, K350 등 네 가지 모델로 구성되며, 각각 단거리 운송과 물류 운송 등 다양한 상업용 차량에 맞춰 설계됐다. 해당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는 165Wh/kg를 넘어서며, 20~25분 만에 100% 완전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충전 모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8,0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수명을 제공하며, 충전 시 배터리 팩 온도 상승도 10°C 미만에 그쳐 내구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피이론테크는 에너지 스토리지용 SIB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3년 TUV라인란드로부터 세계 최초로 SIB 국제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파라디온(Faradion), 프랑스의 티아마트(Tiamat)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파라디온은 글로벌 SIB 개발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비수계 나트륨 이온 전지 기술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회사가 개발한 SIB는 고에너지 밀도, 넓은 작동 온도 범위, 빠른 충방전, 우수한 열적 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코발트·리튬·구리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적 부담도 매우 낮다.
2020년 식품·농업·에너지 기업 ICM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첫 대규모 수주를 받으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호주·인도 현지 기업과 제조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연간 1GWh 이상의 공급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아마트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으로, 고출력·고속충전 SIB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용·모빌리티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공급망 리스크가 큰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나트륨 기반 소재만으로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배터리를 상용화했다. 지난 6월 프랑스 친환경 인프라 기업 엔데이버(Endeavou)와 AI 데이터 센터 및 전력망 고속 ESS를 위한 NIB 공급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의 나트론에너지(Natron Energy)는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전극 기술을 기반으로, 고출력·장수명·완전 화재 안전성을 갖춘 SIB 상용화에 성공했다. 2024년 4월 미시간주 홀랜드에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 최초의 상업용 SIB 공장을 준공하고, 연간 600MW 규모의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해당 공장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라인을 전환해 세워졌다.
나트론에너지의 설립자이자 공동 CEO인 콜린 웨셀스는 "우리 경제의 전기화는 새롭고 혁신적인 에너지 저장 솔루션의 개발과 생산에 달려 있다"라며 "나트론에너지는 분쟁 광물이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를 제공 중이며, 미국 최초의 상업용 NIB 제조 시설 개소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 나트륨 배터리 관련주 '주목'
국내 나트륨 이온 배터리(SIB) 개발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사는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SIB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세대 모델로 무정전 전원장치(UPS) 백업용을, 2세대 모델로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450Wh/L의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공정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리튬 대비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을 원재료로 활용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SIB의 전략적 강점으로 꼽았다.
삼성SDI 역시 SIB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선정, 헝가리와 북미 지역 생산 시설 설계에도 반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장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배터리 소재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SIB 양극소재 개발을 수행 중이며, 오창 사업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NIB 전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019년부터 스타트업 에너지11과 SIB 양극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11은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더블유씨피(SIB용 분리막 개발) △엔켐(SIB용 고신뢰성 전해질 개발 및 고성능 전극 소재 개발) 등이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애경케미칼(나트륨 배터리용 하트카본 음극재 개발) △대보마그네틱(나트륨 배터리 불순물 제거 EMF 기술) 등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