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안 평가받던 해외 부동산 펀드 줄줄이 손실... 불완전판매 의혹도 번져

2025-07-01     황환열 기자
​출처 = Canva

저금리 시대 유행처럼 번졌던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가 줄줄이 손실을 기록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해외 부동산 시장의 공실률 증가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임대 수익이 급감하고 만기가 도래하면서 연쇄적인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벨기에 펀드, 전액 손실 위기에 투자자 반발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큰 해외 부동산 펀드는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이 판매한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 펀드)'다. 해당 펀드는 한투증권과 한솥밥을 먹는 한국투자리얼에셋이 설계하고 운용한 상품이다.

사진 = 인베스트

올해 전액 손실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약 2천500명의 투자자들이 막대한 경제적·심리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한투증권 등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리스크 고지와 복잡한 해외 법인 자산 관리 구조에 대한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상품 구조나 리스크 설명 없이 판매한 것은 사실상 사기"라는 비판과 함께 "상품 설명서 대신 2~3쪽짜리 간이 제안서만 받았고, '고위험' 표현도 없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또 투자자들은 한투증권의 공식 사과와 피해 원금 회복 대책 마련, 금융당국의 펀드 설계·판매 과정 전면 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선순위 대출 존재 여부나 매각 과정에서의 운용자 및 투자자 결정권 고지가 누락됐다면 명백한 불완전판매"라며 "증명될 경우 최대 100% 손해배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투증권 관계자는 "연초 펀드 손실 발생 사실을 공시했고, 불완전판매 여부 검토 후 민원 제기 고객의 70% 이상에 대해 절차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잇단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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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펀드 논란은 한투증권의 벨기에 펀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이지스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독일 트리아논 펀드)' 역시 리파이낸싱(기존 자금 상환을 위해 새로운 자금 조달) 실패로 전액 손실 상태에 놓였다. 투자자들은 투자위험 등급 오기와 판매직원의 대리 사인 등을 주장하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판매사는 전산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슬레 본사 건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 역시 고금리 지속으로 리파이낸싱에 실패했다. 건물은 인수 가격보다 34% 낮은 금액에 매각됐다. 결국 투자금의 70%에 달하는 손실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한투리얼에셋과 삼성SRA운용이 공동으로 진행한 뉴욕 오피스 빌딩 투자(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도 위기에 직면했다. 만기 연장 무산으로 대주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조기회수) 선언 가능성이 커진 것. EOD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강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 역시 대출 금리 인상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정 이후 누적 손실이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선진국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OD 등 부실 자산에 대한 맞춤형 건전성 감독을 지속하고, 책임 있는 대체투자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