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시대' 차세대 AI 전쟁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국내 정부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2025-07-07     이재림 기자
출처 = Canva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간형 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한국도 정부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범부처 연합체인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섰으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가 로봇 전문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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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AI 전문가들이 생성형 AI 시대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 AI'(Physical AI), 즉 현실 세계에서 인간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테슬라, 피규어 AI,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차세대 AI 전쟁터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목하며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서구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도 유니트리(Unitree), 유비테크(UBTECH) 등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50% 이상 성장하며, 오는 2035년까지 약 380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머리, 몸통, 팔다리 등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시각·청각·감각 등 다양한 정보 입력 수단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각 기능은 모듈화된 프로세서에 의해 처리되며, 이러한 프로세서들은 인간의 신경계를 모델로 한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궁극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인간과 유사한 지능과 움직임을 구현해 다양한 산업·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휴머노이드 연합' 공식 출범... 정부 주도의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생태계 본격 시동

▲'K-휴머노이드 연합' 추진체계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빅테크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기술 잠재력은 갖췄지만 인력 및 투자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놓여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 역량을 결집하고 생태계를 본격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4월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개최하고 휴머노이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는 R&D와 인프라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총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휴머노이드 연합은 AI 전문가, 로봇 제조사, 부품기업, 수요기업, 주요 대학, 전문가 등 총 40개 단체로 구성된 휴머노이드 생태계 플랫폼이다. 이들은 총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 교류, 공동 R&D, 합작투자, 기술 세미나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추진하며, △로봇 AI 공용 모델 개발 △휴머노이드 핵심기술 개발 △AI 반도체 및 모빌리티용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인력 양성 △공급-수요기업 간 협력 강화 등 5대 과제를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합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개발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15년 이상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경력을 가진 한재권 교수 연구실의 스핀오프 기업 '에이로봇', AI 비전 검사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기업에 2억 달러에 매각한 경력이 있는 송기영 대표의 '홀리데이로보틱스'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국 메타와 함께 촉각 감지 로봇팔을 개발 중인 '원익로보틱스', 네이버 양팔로봇 엠비덱스를 개발한 김용재 대표의 '위로보틱스', 국제 챌린지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블루로빈' 등도 주요 멤버로 참여한다. 이 밖에도 '로브로스', '엔젤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도 합류했으며, 최근 휴머노이드 사업에 본격 진출한 두산로보틱스와 LG전자도 국내 생태계 발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에 AI를 탑재하기 위해 연합에 동참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휴머노이드는 2025년 15억 달러에서 2035년 380억 달러로 10년 내 25배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이면서,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라며 "휴머노이드 최강국을 위해 산·학·연이 어렵게 뜻을 모아준 만큼 산업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K-휴머노이드 연합은 출범 이후 불과 3주 만에 4건의 MOU를 체결하며 빠르게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봇기업 5곳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를 서울대 AI 연구원에 제공해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연합에 참여를 원하는 기업도 20여 곳을 넘어섰다.

LG 그룹,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본격 시동... 기술 주도권 강화 나서

LG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그룹 차원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먼저 LG CNS(LG씨엔에스)는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AI 로봇 기업 '스킬드 AI'(Skild 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스킬드 AI는 AI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는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핵심 기술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 Foundation Model)이다. 이 모델은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환경을 탐색하고 물체를 조작하며, 사람이나 사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복합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LG씨엔에스는 스킬드 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솔루션은 제조와 물류 등 산업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파인튜닝(미세조정)돼 기존 로봇으로는 수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작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기존 방식과는 달리 산업 현장의 업무 사진·영상 데이터만으로 빠르게 학습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공장 설비 모니터링과 운영, 제품 조립, 유해 물질 투입 등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위험한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산업현장뿐 아니라 도심 환경에서는 노약자 케어, 순찰 업무 등 서비스형 로봇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회사는 향후에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통합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서비스는 △스킬드 AI의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 개발 로봇 제어·관리·운영 통합 플랫폼 및 스마트팩토리·물류·시티 솔루션 △로봇 하드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이준호 LG씨엔에스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은 "글로벌 탑 로봇 AI 기업인 스킬드 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LG씨엔에스의 로봇 솔루션 기술력을 결합해 최고의 지능형 AI 로봇 서비스 기업이 되겠다"라며 "AI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고객의 업무를 지능화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LG 계열사들도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LG이노텍은 로보틱스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부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비전 센싱 시스템'은 RGB 카메라뿐 아니라 3D 센싱 모듈 등 다양한 부품을 하나의 모듈에 집약한 제품이다. 이에 따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각 부품이 상호작용하고 정보를 종합해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비전 센싱 모듈에서 인식된 시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최근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로봇 기술 고도화, 제품화, 시장 확산 등 모든 과정에서 협력하며, 글로벌 로봇 시장 확장을 목표로 전략적 협업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