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정부 주도 AI 산업 '소버린 AI' 중요성 재조명… AI 수석에 네이버 LLM 총괄 '하정우' 임명

2025-06-18     최미래 기자
출처 = 엔비디아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수천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와 생산성 향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AI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최근 하정우 네이버 AI 혁신센터장이 대통령 AI 미래기획수석으로 선임되면서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소버린 AI

소버린 AI는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소버린(Sovereign)과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용어로, 국가가 해외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AI 기술을 개발·운영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 즉, 각국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적 자원,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국의 제도·문화·가치관을 반영한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2020년대 들어 AI가 국가 정책, 자원, 데이터, 인프라 등에서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등장했으며, AI 주권 경쟁이 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용어를 넘어 국가 전략과 정책 방향을 상징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버린 AI는 기술적 자립 여부보다 해당 국가가 사용하는 AI에 자국의 가치관과 윤리, 문화적 특성 반영됐는지, 해당 국가의 이익과 존속을 지켜낼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이에 AI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와 독립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요건이 핵심이다.

이재명 AI 핵심 공략 책임자 하정우 "AI 주권 확보 핵심은 소버린 AI"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100조 전략의 중심에 소버린 AI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하정우 네이버 AI 혁신센터장이 최근 대통령비서실 AI 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되면서다.

출처 = 대통령실

지난 1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선 브리핑을 통해 "올해 정책실장 산하에 신설된 AI 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이 발탁됐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강 비서실장은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에 대해 "AI의 주권을 강조한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끌고 있는 인사이자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는 AI 선순환 성장 전략을 강조한 AI 전문가"라며 "네이버 AI 혁신센터장으로서의 현장 경험이 국가 AI 정책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소개했다.

하정우 수석의 임명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국가의 AI 주권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정부는 GPU 1만장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데이터센터)'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편, 하정우 수석은 네이버에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총괄하며, 산업별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산업형 AI'와 제조·금융·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데이터, 반도체, 모델, 서비스까지 국가 내에서 완결돼야 진짜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소버린 AI 패권 경쟁,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투자 러시

출처 = Canva

전 세계 국가들은 이미 소버린 AI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요국들은 자국의 언어와 문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미국은 AI를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소버린 AI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합산해 연구·개발(R&D)과 인프라,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연간 약 874억 달러(2023년 기준, 약 120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41조 원) 등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오픈AI, 구글, 엔비디아 등 민간 빅테크와의 협력 모델을 통해 소버린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영어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를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각국의 데이터 주권과 현지화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소버린 AI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유럽연합(EU)은 미국·중국 등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EU는 세계 최초로 AI 전반을 규제하는 포괄적 법률인 AI Act를 도입했다. 이 법은 투명성, 안전성, 기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금지, 고위험, 제한, 최소 위험)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 사용하는 AI가 신뢰성과 윤리성을 갖추도록 강제한다. 

또한 올해 2월에는 유럽형 소버린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2,000억 유로 규모(약 316조 원)의 'InvestAI 이니셔티브'를 출범한데 이어, 4월에는 'AI 대륙 행동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을 발표했다. EU의 주요 투자 항목은 △ AI 기가팩토리 구축 △유럽 내 AI 컴퓨팅 인프라(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확충 △데이터 공유·활용을 위한 통합 데이터 시장 구축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전략 분야 AI 도입 촉진 △AI 인재 양성 및 재교육, 민관 공동 투자로 AI 스타트업·산업 생태계 지원 등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I는 우리의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개방성, 협력, 뛰어난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유럽식 접근 방식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중국은 소버린 AI 개발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 전략 아래, AI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 등 핵심 기술의 자립을 추진하며 소버린 AI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AI 인재 양성과 오픈소스 모델 개발, 특허 출원 확대를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임시 조치' 등의 엄격한 규제와 혁신 장려 정책을 병행해 자국 중심의 독립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AI를 경제 변혁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2030년에는 글로벌 AI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600억 위안(약 11조 원) 규모의 국가 AI 투자 펀드를 설립했고, 빅테크 기업들도 AI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도·일본

이 밖에 인도 정부는 인력 양성, 지속 가능한 컴퓨팅, 민간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한 소버린 AI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인도 대표 기업 '타타'(Tata) 그룹은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에너지·석유·통신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는 인도 각지의 다양한 언어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인도 유수 대학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현지 연구자와 개발자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일본어 AI 모델 개발과 인재 양성, 자연재해 대응·기후 회복력 강화를 위한 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 등 민간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G·6G 기반 AI 플랫폼 및 분산형 AI 팩토리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