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케이뱅크, IPO 삼수 도전... 전망은 여전히 '흐림', 출구가 안 보인다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6월 중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오는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케이뱅크가 인터넷뱅크(인뱅) 3사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업비트와의 재계약도 불투명하다.
케이뱅크, 실적 부진·업비트 리스크 '이중고'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각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첫 IPO를 선언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2024년 두 번째 도전에 이어 삼수에 돌입하는 것이다.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뒀던 2024년 IPO가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공모가 희망밴드 주당 9,500~12,000원, 시가총액 3조 9,586억~5조 원 규모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시가총액 3조 5,000억 원에 그치며 고배를 마셧다.
특히 당시 케이뱅크는 상반기(1분기·2분기)에만 당기순이익 845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시장은 냉철했다. 업비트 '일색'이라는 점이 케이뱅크의 확장성을 박스에 가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61억 원으로 전년 동기(506억 원) 대비 68% 줄었다.
역설적이게도 원인은 케이뱅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비트였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비트 이용료율이 연 0.1%에서 2.1%로 올랐고, 케이뱅크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이자비용은 1,674억 원으로, 지난해 동 기간(1,167억원) 대비 무려 43% 증가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1,374억 원(전년 동기 대비 23.6% 상승)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같은 기간 토스뱅크 역시 187억 원(전년 동기 대비 26.3% 상승)으로 케이뱅크를 넘어섰다.
◆케이뱅크-업비트 재계약 '기로'... 불발 시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
더 큰 문제는 케이뱅크가 오는 10월 업비트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점이다.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 케이뱅크의 자금 안정성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가 지난해 케이뱅크에 예치한 금액은 총 8조 4,804억 원으로, 이는 케이뱅크 총수신 잔액(28조 5,700억 원)의 29.6%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KB국민은행과 빗썸의 성공적인 제휴 사례로 재계약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와의 협력을 노리는 시중은행들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20일 빗썸과의 제휴 이후 신규 고객이 크게 늘었으며, 제휴 첫날에만 신규계좌 개설 건수가 2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평소 일일 평균(3천~4천 건) 대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빗썸 역시 리딩뱅크와의 제휴로 인해 안정성 확보 및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에 업비트 입장에서도 시중은행과의 제휴는 향후 확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업비트와의 재계약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케이뱅크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IPO 실패 시 BC카드 7,250억 부담... 사실상 마지막 도전
케이뱅크의 이번 IPO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예정이다. 2021년 대규모 투자 유치 당시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과 풋옵션이 포함돼 있어, 내년까지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 반환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풋옵션을 투자에 포함시켰다.
이에 내년 7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BC카드를 비롯해 주요 주주들은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거나 콜옵션을 행사해 FI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IPO 실패 시 투자금 반환 의무로 인해 BC카드가 7,250억 원을 떠안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장예비심사 청구·승인,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등 통상 IPO 과정이 9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케이뱅크에 남은 IPO 기회는 이번 단 한번 뿐인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IPO와 관련해 "세 번째 IPO 도전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라며 "인뱅 업계 경쟁 심화와 불확실한 수익 구조,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부담을 고려할 때, 투자 매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FI, 즉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의 존재도 상장 이후 주가에 가장 부담 요인"이라며 "이들의 목적은 결국 '투자금 회수'(Exit)이며, IPO는 그 최종 단계다. 상장 이후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케이뱅크가 IPO 삼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비트가 아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데다, 증권업계 시선 역시 냉담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RFP를 받은 주요 증권사 가운데 2차 IPO에 참여했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IPO 강자들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주관사 선정부터 난항이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