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 칼럼] 현대그룹 '마루180·360', 창업가의 자유를 담은 '진짜' 스타트업 공간
스타트업 보육 공간의 교과서
최근 마루투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역삼동 창업가 거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 180'과 '마루 360'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이 두 공간은 현대그룹 창업자의 정신, 즉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현대의 DNA가 깊이 스며들어있는 듯한 'Doers'라는 표어가 무척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치 열심히 공부하는 전교 1등의 방을 들어선 듯한, 오랫만에 진한 자극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마루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이번 방문 프로그램은 단순히 마루를 홍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루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스타트업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면, 마루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루에는 누가 오고, 왜 오는가
마루에는 어린이부터 기업, 공무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물론 현대그룹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깊은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넘어
스타트업들이 이곳에서 1년 반이라는 꽤 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당장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공간임은 분명하지만, 마루가 단순한 공간을 넘어 비정부사업으로서 좀 더 독립적이고 진정한 보육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팁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부 지원 사업이 예산과 리포트에 얽매일 때, 최소한 민간 공간에서는 창업가들이 오로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른 민간 공간들도 운용의 효율성보다는 정부가 해줄수 없는 시간과 자유를 주면 어떨까 합니다.
마루에는 여러 벤처캐피탈(VC)이 입주해 있습니다. 직접 투자하고 보육하는 스타트업들을 가까이서 지원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단순히 리포트용이 아니라,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사업을 키워가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미래의 공간을 꿈꾸다
필자는 어렴풋이 미디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 스튜디오·팩토리 공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루의 높은 천장과 밝은 햇살은 생각의 자유와 가능성의 크기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지하부터 옥상까지 공간을 꿰뚫는 정신과 효율적인 동선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공간은 정제되고 자율적인 효율을 극대화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무질서한 진짜 자유가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저는 꿈의 벽돌 하나를 쌓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역삼동 창업 거리를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과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저는 또 다른 벽돌을 얻습니다.